“하나의 와인에서 여러 가지 맛을 음미할 수 있듯이 하나의 음악에서도 다양한 느낌을 가질 수 있죠.”
내한 공연을 앞두고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엘리아우 인발(69·사진) 씨가 2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음악의 힘은 복잡모호성에 있는데 말러의 음악은 아름다우면서 추하고, 밝으면서 악마적인 특성을 갖고 있죠.”
말러 해석의 권위자로 꼽히는 그는 말러의 음악이 테러와 미래에 대한 불안, 현대인의 삶의 복잡성과 유사한 면모를 가졌기 때문에 21세기에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말러의 교향곡 5번과 윤이상의 관현악곡 ‘바라’를 연주한다.
인발 씨는 작곡가 윤이상(1917∼1995)과의 특별한 추억을 털어놓기도 했다.
“생전에 윤이상을 집으로 초대해 그의 연주를 들으려 했는데 그가 가져온 와인을 먹고 잠이 들어 연주를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내 주량을 이해하고 처음부터 다시 연주해 주었죠.”
그는 “윤이상의 작품세계가 특별히 한국적이라고 제한할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러에게서 슬라브 음악의 자취가 느껴지고 브람스 곡에서 집시 음악의 특성이 드러나듯, 모든 음악가의 음악에는 자국 음악이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3일 오후 7시 30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어눌림누리 어울림극장. 02-1544-1559, www.artgy.or.kr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