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딩을 마친 윤세웅 오버추어코리아 대표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그는 도전과 변화를 요구하는 인터넷 기업의 환경과 패러글라이딩은 비슷한 면이 많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 오버추어코리아
울퉁불퉁한 산길을 자동차가 덜컹거리며 달린다.
자동차가 서자 사람들은 그 안에 가득 실려 있던 커다란 짐을 하나 둘씩 꺼내 짊어지고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등산객의 짐이라고 하기에는 훨씬 부피가 크고 무겁다.
땀 흘리며 산을 오르는 그들의 표정은 뭔가에 대한 기대로 가득하다. 산꼭대기에 오르자 다들 짐을 내려놓고 하나하나 풀어서 조립을 한다. 뭔가에 의자를 장착하고, 고도계를 차고, 무전기를 확인한다. 서로 꼼꼼히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발라주고 신발과 헬멧, 선글라스를 챙겨준다.
대강 준비가 끝나자 이들은 먼 곳을 응시하며 잠시 기다린다.
누군가 ‘온다!’고 소리친다. 바람이다. 이들은 곧 차례차례 달려가 그대로 바람에 몸을 싣는다. 바람을 마주쳐 붕 떠오르는 몸과 순식간에 동영상처럼 발아래 펼쳐지는 자연은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날려버리기에 더할 나위 없는 치료제이다.
키워드 검색 마케팅 업체인 오버추어코리아의 윤세웅(46) 사장. 주말에 틈이 날 때마다 야외로 뛰쳐나가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패러글라이딩은 간단하게 말하면 날개에 해당하는 캐노피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운동이다. 하지만 하늘을 날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일단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는 산의 정상까지 등산을 해야 한다. 또 도움닫기를 위해 뛰어야 하는 달리기와 서로 장애물이나 바람 길을 무전기로 알려주는 협동심, 낭떠러지 위에서 뛰어 내리는 모험심, 알맞은 바람을 기다리는 인내심 등 많은 것을 갖춰야 비로소 즐길 수 있다.
바람이 잘 부는 요즘이야말로 패러글라이딩의 계절. 그는 인터넷 사업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경기 용인시의 정광산(563m)에 올랐다.
그는 정광산을 비롯해 유명산(862m)과 소백산(1439m) 등 여러 산을 찾다 보니 산의 날씨 변화에 관한 한 전문가가 됐다. 적당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멀리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모습과 직감으로 알 수 있다.
그는 종종 왜 위험한 패러글라이딩을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답변은 간단하다.
한번 하늘을 날아보라!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 쾌감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늘을 날 때면 그는 매번 보는 풍경에도 언제나 눈시울이 젖는다고 한다. 광활한 자연 위를 새처럼 날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지난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도 모두 잊는다.
그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기다림의 미덕을 알게 됐다. 패러글라이딩은 자연, 특히 바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레포츠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산을 올라오는 데 걸린 시간보다 적당한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 때도 있다.
이 시간 동안 자연을 통해 기다림을 배운다. 주변에 펼쳐진 경관들을 보며 그 위를 날아오를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동료들과 맘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때’를 기다린다.
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마무리인 착지다. 이 과정에서 부주의하면 부상의 위험도 적지 않다는 것. 그래서 1시간여의 비행을 끝내고 착지를 준비할 때는 늘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한다. 중력이 느껴지고 몸이 땅으로 점점 떨어질 때의 팽팽한 긴장감. 발끝에 신경을 집중시켜 마치 타조처럼 통통거리는 보폭으로 땅을 밟고 나면 비로소 그 긴장은 안도감과 성취감으로 바뀐다.
칭기즈칸의 모험심과 도전 정신을 좋아한다는 그에게 일과 여가는 모두 도전이다. 그가 하는 인터넷 사업 역시 우리시대를 앞서가는 도전이며, 그가 즐기는 운동들 역시 역동적인 것들이다. 그는 올여름 이집트 사막으로 모험을 찾아 떠날 생각이다. 그가 얻어올 또 다른 ‘도전의 힘’은 무엇일까.
홍종희 웰빙소사이어티대표 lizhong@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