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법률 중에는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개편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있다. ‘가족정책의 수립 및 조정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개편하는 것이다. 그러나 별 관심 없이 넘어간 이 법안은 앞으로 가족정책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여성가족부로의 개편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논란이 많았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건복지위는 “여성가족부가 가족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양성평등 위주의 급격한 가족정책의 변화로 이어져 가족기능 및 구성원의 역학과 관련된 국민 일반의 가치관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내용의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가족의 구성원은 아동과 노인, 청소년 등이 포괄된다. 따라서 가족 관련 업무도 여성부, 보건복지부, 청소년위원회(국무총리실) 등 여러 부서에서 산발적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 같은 여러 가족 관련 업무 중 건강가정지원법과 모·부자복지법만 여성가족부로 이관해놓고 ‘가족’이라는 명칭을 추가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인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가족정책이 가족의 건강성 향상과 가족 해체를 막는 예방책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주로 양성평등에 매달려온 여성부의 성격상 얼마나 이 같은 관련 정책의 합의를 조화롭게 이끌어 낼지 의문도 제기된다.
건강가정지원법을 보는 시각도 문제다. 올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건강가정지원법의 내용에 대해 여성계에서는 ‘건강가정’이라는 명칭 자체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에서 말하는 건강가정이 ‘부모와 자녀로 된 전통가족’을 지향하는 것으로, 오히려 가부장적이거나 남녀불평등적인 가정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온 것이다.
그러나 건강가정지원법은 높은 이혼율, 세계 최저의 출산율 등 새로운 가족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가족구성원들이 친밀감, 응집성, 위기관리능력을 갖추게 하여 가족 해체를 막자는 내용이 주다. 또 이미 법이 시행되어 각 시 도, 시 군 구에 건강가정지원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결국 여성가족부가 담당해야 할 주요 가족정책의 업무가 건강가정지원법의 내용에 모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부는 건강가정지원법에 대한 여성계의 극단적인 반대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건강가정’의 명칭을 둘러싼 논쟁은 물론 이 법안을 폐지하고 다른 법안으로 대체하자는 극단적 주장 등을 조정해 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가족부로 새 출발하는 만큼 관계자들의 확실한 책임의식과 올바른 정책 목표 설정이 절실하다. 여성부의 기존 정책방향과 노선이 같으냐 다르냐, 누구의 목소리가 더 크냐, 어디에 이권이 달려 있느냐, 우리 편이냐 아니냐는 등의 이유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하늘 높이 날면서 멀리 폭넓게 보는 매처럼 가족정책 주무 부서로서 여성가족부의 높은 비상을 기대해 본다.
윤소영 송호대 교수·가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