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군 고령읍에 위치한 고령여자종합고의 이명도(李明道·62) 교장은 학생들 사이에서 ‘사랑의 후원자’로 불린다.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야간에 간식을 사주는 등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기 때문. 지난해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이 교장은 1년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12명을 선정해 1인당 10만 원씩의 장학금을 주었다.
올해는 이 같은 ‘교장 장학금’을 확대해 총 24명의 학생에게 1인당 10만∼20만 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비록 적은 액수지만 급식비나 공납금을 제대로 못내는 학생들이 많은 농촌지역에서는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어 지역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교장은 “대학에 진학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올해는 장학금을 늘리기로 했다”며 “장학금 외에 일부 학생에겐 매달 5만 원씩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 3학년 정하늘(17) 양은 “지난해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참고서를 구입하고 수학학원에 다니는데 사용했다”며 “올해도 이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는데 활용하면 참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 교장은 또 매일 오후 9시까지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 지도를 하고 학생들에게 음료수와 빵 등 간식을 사주고 있다. 자신은 학교 인근 관사에 머물고 있는 반면 다른 교사들은 대부분 대구에서 다녀 시외버스 등이 끊기기 전에 퇴근해야 하기 때문.
특히 그는 자율학습이 끝난 뒤 여학생들이 밤길을 가다 사고라도 당할까 우려해 일부 학생은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최고 10여 km 떨어진 집까지 매일 데려다 주고 있다. 그는 교사로 임용돼 1969년 대구의 침산초등학교에 처음 발령받은 이후 지금까지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그는 “집안 사정 때문에 한 때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며 “이 때문에 고교 3학년 상반기에 받았던 장학금을 하반기에는 못 받아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생생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경남 거창 출신으로 빈농의 8남매 중 장남인 그는 고교 졸업 후 농사를 짓다 2년 만에 교육대에 진학해 교사가 됐으며 동생들을 모두 공부시키느라 결혼도 상당히 늦었다는 것.
이 교장은 “대구에 있는 아내와 16년째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며 “내년 2월에 정년퇴직할 예정인데 별도의 퇴임식을 갖지 않고 대신 그 비용으로 불우한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