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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정달호]‘독도 갈등’ 의연한 자세로 풀어야

입력 | 2005-03-04 17:29:00


동해의 파고는 높지만 바위섬 독도는 묵묵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섬을 둘러싸고 왜 이렇게 소음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모처럼 맞은 ‘한일 우정의 해’. 그간의 과오와 허물을 극복하고 이제 양국이 참다운 우의를 다져 나가야 할 이 시기에 꼭 이렇게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용사마 열풍, 한류 관광객 쇄도, 일본열도의 안방을 강타하는 한류 붐. 신문을 보면서 한류와 함께 한일 간에 자연스레 돋아나는 우정을 흐뭇하게 생각해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일본의 독도 망언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과연 일본도 우리처럼 이렇게 독도 문제로 열을 올리고 있을까. 모르긴 해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식민지배의 고통과 회한 속에 스스로를 함몰시켜야 할까. 일본의 독도 망언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기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게 어제오늘의 일인가. 광복 후 수십 년을 ‘망언 알레르기’에 시달려 왔으며 아직도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독도는 과거사 문제와는 궤가 다르다. 영토는 영토 문제로 합리적으로 대처해 가자는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독도를 명백한 일본 땅이라고 공언한 일본대사는 솔직히 한국 주재 일본 외교관으로서는 전에 없는 외교적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한일 우정의 해를 잘 추진해 동북아시대에 대비하는 큰 틀의 한일 관계를 관리해야 할 사람이 그런 실수를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사 등과 관련한 일본의 계속되는 망언과 이로 인한 한국 내 반일감정의 고조는 한일 우호협력 관계의 발전을 어렵게 한다. 사진은 경북 울릉군민들이 독도 동도선착장에서 3·1절 기념식을 갖고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그렇다면 일본은 진정 독도를 자기들의 영토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독도는 엄연히 한국이 지배하고 있는 땅이므로 이를 빼앗아갈 현실적인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이런저런 수작을 부려 언젠가 자기 것이 될 기회를 엿본다고 한다면 그것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다.

일본의 시마네 현이라는 조그만 지방이 ‘독도의 날’을 정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전략상 너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 우리 학자들뿐 아니라 일본 학자들도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 무리임을 지적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독도 문제에서 보다 의연할 필요가 있다.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소리 내 외칠 필요는 없다. 일본은 매년 독도가 자기 영토임을 주장하는 서한을 우리에게 보내 독도를 ‘분쟁지역’ 상태로 유지하려고 한다. 우리도 당연히 이에 대한 반박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독도를 우리 땅으로서 아끼고, 가고 싶을 때 가서 보고 만져봄으로써 사실상 실효적인 지배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한류 스타들을 좋아하고 그 한류를 느껴보려고 한국말까지 배운다는 일본의 젊은이들과 중년 아주머니들이 우리의 대일 감정으로 인해 한국을 찾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런 일로 한류 열풍 속에서 맞는 한일 우정의 해에 금이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한국과 일본은 아직도 손잡고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정달호 경기도국제관계자문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