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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서울]영화 ‘슈퍼스타 감사용’과 목동야구장

입력 | 2005-03-04 18:03:00

“네가 어떤 위치에 있든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해. 그게 프로야.” 패전처리 전문투수 감사용(이범수)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대 OB전, 그것도 박철순 선수가 20승을 앞두고 있는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혼신의 힘을 다해 투구를 한다(위).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촬영한 곳은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이다. 외야석이 없고 수비수들이 태양을 보며 시합을 해야 하기 때문에 큰 경기는 열리기 힘들지만 초중고 야구와 직장인 경기가 자주 열리는 사랑받는 명소다. 권주훈 기자


《“박철순 선수, 오늘 20연승이 가능해 보입니다.”

“네 박철순 선수, 세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면서 삼미 득점 없이 1회초 공격 마칩니다.”

이어지는 삼미의 수비수 포지션 안내 방송. “피처 감사용, 캐처 금광옥….”

때는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최강 OB 베어스와 최약체 삼미 슈퍼스타즈가 붙었다. ‘불사조’ 박철순(공유) 선수가 20연승을 노리는 경기다. 그런 와중에 만년 꼴찌 팀의 패전처리 전문투수 감사용(이범수) 선수가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선다. 삼미의 투수진 중 감 선수를 제외하고는 다들 “어깨가 아프다”는 등 핑계를 대며 꼬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현역일 때 단 1승을 올린 실존인물 감사용 선수를 소재로 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2004년 작) 후반부다. 이후 30여 분간 영화는 ‘국민 영웅’을 상대로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남자의 피 말리는 사투를 그린다(물론 박철순 선수가 20승째에 감 선수와 맞대결을 펼쳤다는 설정은 픽션이다).

영화 속 경기장은 ‘서울운동장’(현재 이름은 동대문야구장·서울 중구 을지로7가). 그러나 서울운동장은 초고층 상가들에 파묻힌 형국이어서 촬영 장소로는 부적합했다.

그래서 영화는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운동장 내 목동야구장에서 촬영됐다. 목동야구장을 20여 년 전 동대문야구장 분위기가 나게 꾸미는 작업은 거의 리모델링 수준이었다고 한다. 조명탑에 전구를 새로 갈아 끼우는 데만 1억 원이 들었다는 것.

목동야구장은 초중고교 시합이나 직장인 경기가 자주 열리는 탓에 친근한 느낌을 주는 구장이다. 실제 가 보면 인조잔디가 깔리지 않은 맨땅 야구장인 데다 외야석조차 없어 어째 모자란 듯, 만만한 듯 부담 없는 느낌이 든다. 어쩐지 삼미 슈퍼스타즈를 생각할 때 생기는 감정과 닮았다.

급조돼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가 연전연패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기록은 꼴찌들에게 희망을 주는 추억이 됐고, 설계가 잘못된 탓에 큰 경기를 소화할 수 없었던 목동야구장은 평범한 야구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는 구장이 됐다. 이제 와 보면 앞만 보고 달리던 시대에 실수로나마 생긴 여유였다.

운동장 옆 안양천은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고 최근에 수질이 좋아져 겨울 철새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운동장 내 야구장 바로 옆에 있는 실내빙상장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좋다. 입장료 4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2시간에 3000원. 홈페이지 www.mdicerink.co.kr

야구장 밑 사격장에서는 일반인도 만 18세 이상이면 실탄 사격을 할 수 있다. 공기총 사격은 10발 3000원, 실탄 사격 10발 2만 원. 02-2646-9993∼4

서울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운동장 시설 및 경기일정 안내는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홈페이지(stadium.seoul.go.kr)를 참조하면 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