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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영 아티스트 뜬다]주목받는 작가-작품세계②

입력 | 2005-03-07 18:50:00

이동욱 작 ‘그린 자이안트(green giant, 2004년). 현대인들의 실존 문제를 표현하기 위해 통조림 통 같은 좁은 공간에 손가락 크기의 인간 형상들을 넣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한국 영 아티스트들의 특징은 국제 미술계의 변화 및 흐름과 함께 호흡하면서 미술계의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시각 이미지에 의존하지만 철학적 담론과 기발한 상상력을 가미해 ‘보는 미술’에서 ‘읽는 미술’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영 아티스트 작품들의 특징을 세 갈래로 나눠 살펴본다.》

○ 상상력의 힘

‘생각하는 미술’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작가들은 회화에서 벗어나 설치행위, 사진, 영상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대표적 작가인 김범은 회화와 설치분야에서 생활 주변의 낯익은 여러 소품들을 낯설게 해 존재와 사물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임신한 망치, 꿈에 사람이 되어 자기 사진을 발견한 나무, 열쇠를 확대해 그려 산수풍경처럼 보이는 작품 등이 있다.

미술관에 가상 은행이나 가상 쇼핑 공간, 가상 도서관을 만들어 인문 사회과학적 담론을 미술의 화두로 바꾸는 김소라 김홍석, 통조림 통 같은 좁은 공간에 손가락만큼 작은 크기의 인간 형상들을 넣어 현대인의 실존을 묻는 이동욱, 달러 지폐 뒷면 그림들을 이용해 합성한 애니메이션들로 인물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미국과 권력의 의미를 묻는 전준호 등이 꼽힌다.

○ 사진도 그냥 사진이 아니다

젊은 작가들의 장르 확대에서 주목받는 분야는 바로 사진이다. 디지털과 영상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사진을 예술 장르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주제나 내용 면에서도 다양한 실험정신이 배인 작품들을 선보인다. 실내공간의 한 부분만을 크게 확대해 찍어 일상을 낯설게 느끼게 하는 이윤진, 입체적 사진 조각들을 만들어 사진-설치미술-조각을 넘나드는 장르 해체를 보여주는 권오상, 아줌마 소녀 등 대상층을 특정화해 현대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오형근, 사찰 자연 도심을 배경으로 투명 아크릴상자 안에 든 사람들을 찍는 ‘뮤지엄 프로젝트’의 김아타 등이 주목받고 있다.

○ 회화의 복원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라 해도 캔버스에 그려내는 아날로그 손맛이 미술의 기본임을 고수하는 영 아티스트 층도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 이들의 그림에는 단순한 사물의 복제가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독창적 시선이 담겨 있다.

교복 입은 여학생을 주제로 현대인의 정체성을 밝혀나가는 써니 김, 초현실적 상상력과 유화의 매력적 색감으로 새로운 화풍을 보여주는 정수진, 양치할 때 사용하는 컵이나 깨어진 그릇 조각 등 일상의 하찮은 물건들을 정물 대작으로 그리는 김지원, 책 서재 연필 볼펜 등을 화면 가득 꼼꼼히 채우며 이들을 오방색에 가까운 화려한 원색들로 그려내는 홍경택, 사실적 묘사 속에 감춰진 은유적 화면을 구현하는 공성훈, 자신의 삶에서 친밀했던 이들의 얼굴을 단색조로 커다랗게 그리는 고낙범, 회화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발랄하고 생생한 색채로 표현하는 박형진, 따뜻하고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구도로 주목받는 임만혁, 풍부한 색채 대비와 힘찬 필력을 보이는 김혜련,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자세히 관찰해야 볼 수 있는 극 세밀화를 겹쳐놓은 듯한 기법으로 풍경을 그리는 박세진 등이 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