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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종합투자계획의 함정 살펴야

입력 | 2005-03-08 18:04:00


정부는 올해부터 3년간 23조 원 이상의 민간자본을 공공시설 건설에 투자토록 한다는 종합투자계획을 확정해 내놓았다. 이 ‘한국형 뉴딜사업’의 취지는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으로 빈사상태에 빠진 건설경기부터 살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함정이 적지 않다. 건물을 많이 짓는다니 단기적 건설경기 활성화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사업의 효율성과 국민부담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사업 내용을 보면 경제의 공급능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생산적 지출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소비성 지출이다. 정부는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통해 편익증진과 비용절감이 기대되는 사업을 골랐다’고 하지만 학교 교사(校舍)와 군대 막사 건축이 과연 그런 사업일까.

이번 사업에 민자가 얼마나 자발적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민자를 쉽게 유치하기 위해 확정적 수익률을 보장하는 ‘건설 후 임대(BTL) 방식’을 도입했지만 정책과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위험성이 높은 투자다. 무리한 수익률 보장은 또 국민의 세금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럴 바엔 차라리 국채 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는 쪽이 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임대료가 국채 이자보다 비싸게 먹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종합투자계획이 성공하려면 민자유치 사업의 선정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민자 참여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하는 것이다. 도로와 발전소, 터널, 정보고속도로망 등 공기업이 맡고 있는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런 사업이 아니면 단기적 경기부양 효과는 거둘지 몰라도 부작용과 후유증을 막기 어렵다.

그동안 민간부문의 안정적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대책 등을 펴왔더라면 ‘한국형 뉴딜’이 애당초 필요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정부는 지금이라도 깊이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