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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검증]고위공직자 재산형성과정 소명 의무화

입력 | 2005-03-09 18:11:00


《“고위 공직자의 재산형성 과정까지 낱낱이 밝히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 투명사회협약 체결식에서 공직자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심사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공직자 재산등록제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마침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도 이날 재산등록일을 기준으로 5년간의 재산 증감에 대한 증빙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앞서 오영교(吳盈敎) 행정자치부 장관도 최근 재산형성 흐름을 알 수 있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배경=당-정-청이 한 목소리로 공직자 재산등록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계기는 이헌재(李憲宰)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려 사퇴한 것과 무관치 않다.

또 최근 잇단 고위공직자 인사파문 이후 여권 내에서는 “고위 공직에 올라 있거나 오르려는 사람의 경우 재산이 어떻게 형성돼 늘게 됐는지 관리가 돼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노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후보 시절부터 현행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에 의문을 표했다. 당시 대선 공약으로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쪽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무튼 노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직자 재산등록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한길 의원은 4월 임시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고, 한나라당 행정자치위원회 간사인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부동산도 백지신탁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여당과 논의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재완(朴宰完) 의원은 지난해 고위 공직자의 경우 1가구 1주택 외 부동산은 매매할 수 없도록 신탁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제출했었다.

▽문제점=의원들이 제각각 내놓고 있는 개정안은 당장 실현가능성 및 기본권 침해 여부로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고급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재산을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여야가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주식 백지신탁제도’가 재산권 침해 논란 끝에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공직자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부패 가능성을 예방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아무리 공직자라 해도 재산 취득과정을 소명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까지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자칫 빈 수레처럼 소리만 요란하다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공직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논의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정부 중앙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부부가 함께 살고 부모도 있는데, 돈이 어디서 나서 어떻게 땅을 샀고 집을 샀는지를 모두 자료를 첨부해 제출해야 한다면 압박감 때문에 살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김한길 의원은 이에 “여당이 준비 중인 개정안은 장관 국회의원 등의 재산 형성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자는 것일 뿐이다. ‘주식 백지신탁제’처럼 재산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