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시간이 없어요. 사랑보다는 일이 중요하니까요.” “누굴 만나는 게 부담이 돼요. 혼자가 편해요.” 만약 상대가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그건 한마디로 ‘당신이 싫다’는 얘기다. 연애 박사 ‘히치’의 말이다.
알렉스 히치(윌 스미스)는 데이트 코치. 짝사랑에 빠져 잠 못 이루거나 연애로 고민하는 수많은 뉴요커들을 구제하는 전설적 연애 조언가다.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그에게 거센 도전이 나타난다. 센스 없고 뚱뚱한 데다 소심하기까지 한 알버트(케빈 제임스)가 거액을 상속받은 매력 덩어리 여성 알레그라(엠버 발레트)와 사귈 수 있게 해 달라고 의뢰한 것이다.
히치는 알버트의 순수한 열정에 끌려 그를 도와주고, 알버트와 알레그라는 점차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게다가 히치는 알레그라를 좇던 뉴욕 최고의 스캔들 전문기자 사라(에바 멘더스)와 사랑에 빠진다.
11일 개봉되는 ‘미스터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가 가진 최대 강점은 ‘어차피 진짜가 아니지만 진짜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관객이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 알버트는 정말 평범하거나 그 이하로 보이며, 이런 그가 승리를 거두는 순간 관객도 꿈을 이룬다. 한마디로 이 영화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정우성 같은 목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전지현 같은 경찰처럼 ‘훌륭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인’ 얼굴들은 없다는 얘기다.
공감 가는 소재, 공감 가는 인물, 그리고 공감 가는 사건은 뻔한 로맨틱 코미디가 마치 새로운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효과를 낸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데이트 코치’란, 알고 보면 사랑을 원하고 동시에 두려워하며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또 조언을 구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장치인 셈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데이트 성공 비법들은 실제 뉴욕에 거주하는 남녀 1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최고·최악의 데이트 상대)를 토대로 착안된 것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코미디 배우 출신 케빈 제임스다(그는 실로 ‘미국의 이혁재’라 지칭할 만하다). 햄버거 먹다 옷에 흘리고 막춤을 즐기며 여자의 전화 한 통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웃음을 주고 또 동질감을 느끼게도 한다. 특히 코끼리 같은 몸뚱이를 미친 듯 흔들며 추는 그의 ‘엽기 피자 만들기 춤’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는 물론 ‘각종 전술보다는 진실한 마음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는 공맹(孔孟) 시대의 가르침으로 귀결되지만, 이는 히치의 세련된 사랑과 알버트의 서툰 사랑이 이질적이지 않게 한데 묶이는 아름다운 접점이기도 하다.
윌 스미스가 출연한 코미디 중, 가장 과장되지 않고 따스하며 매력적인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와 ‘막춤 난장’을 벌이는 마지막 장면은 6년 사귄 남자에게서 막 이별을 통보받은 32세 직장여성도 웃게 만든다.
‘케빈은 12세’ ‘스위트 알라바마’의 앤디 테넌트 감독. 12세 이상 관람 가.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