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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Politics]이강철비서관 ‘敵’과 가까이

입력 | 2005-03-10 18:15:00


이강철(李康哲)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최근 한나라당 주성영(朱盛英) 의원에게 저녁을 샀다. 청와대 입성 후 첫 월급(지난달 10일)을 받았다는 게 이유다.

대구 출신인 이 수석은 지난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주 의원과 같은 지역구(대구 동갑)에서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다. 경쟁 끝에 낙선한 만큼 사이가 안 좋을 법한데 선거 후 더 가까워졌다고 한다.

두 사람의 친밀도는 지난달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주 의원은 출석한 이 수석을 가리키며 “이 수석의 발탁(1월 24일)은 근래 청와대 인사 중 가장 훌륭한 인사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조용하던 회의장에는 폭소가 터졌고, 이 수석은 특유의 백발을 만지며 얼굴을 붉혔다.

이 수석은 주 의원 외에도 대구 경북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과 두루 접촉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인사와의 접촉은 오히려 피하는 편이다. “전당대회 앞두고 여기저기서 도와달라고 하는 데 ‘겨우 취직한 판에 목 떨어질 일 있느냐’며 만나는 것을 피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수석은 한나라당 주호영(朱豪英·대구 수성을) 의원과도 수시로 전화하는 사이다. 권오을(權五乙·경북 안동) 의원과는 1990년대 초반 ‘꼬마 민주당’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다. 권 의원은 얼마 전 지역구 민원으로 고민하던 한 경북의 초선 의원에게 이 수석을 연결해 주기도 했다. 이병석(李秉錫·경북 포항북) 의원과도 친한 편이다.

이런 이 수석의 ‘광폭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권이 계획하는 ‘동진(東進) 정책’의 일환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북 부안의 방폐장 문제를 영남에서 해결하려고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수석은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 아니냐. 그냥 고향 사람들을 두루 만나는 것일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