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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한국을 소비하는…’ 펴낸 히라타 유키에 씨

입력 | 2005-03-11 16:51:00


“주문을 외워 보자. 야발라기히기야 야발라기히기야! 모든 것은 여기에서 시작됐죠. 대학 1학년 때 들은 이승환의 노래 ‘덩크슛’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왠지 멋있어 따라하다 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했어요.”

일본의 한류(韓流) 열풍을 ‘일본 여성’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 ‘한국을 소비하는 일본-한류, 여성, 드라마’의 저자 히라타 유키에(平田紀江·32·사진) 씨.

그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도쿄 세이신(聖心)여대 문학부 재학 시절 친구가 선물한 한국 가요 테이프 때문이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고 한일 대학생 모임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봤지만 한국처럼 편안한 곳은 없었죠. 아침엔 커피숍, 저녁에는 어묵집에서 아르바이트해 모은 돈으로 한국 여행을 하곤 했어요.”

그의 한국 사랑은 1년간의 한국어 연수(연세대 한국어학당)로 이어졌다. 대학 졸업 후 공무원으로 취업했으나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견디지 못해 2001년 한국 유학을 선택했다. 그는 현재 연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히라타 씨가 바라보는 한류는 ‘왜곡된 일본 여성’과 ‘일상 속의 한국 문화’로 나뉜다.

“한류 속의 일본 여성은 드라마 ‘겨울연가’에 빠져 한국을 방문하고 관련 상품을 쇼핑하는 40, 50대 ‘아줌마’들이 아니면 한국 남자에 빠져 나만의 ‘용사마’를 찾는 젊은 여자들이죠.”

한류 현상을 상업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일본 여성들이 단순한 소비자로 왜곡됐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이유도 여성을 중심으로 일본 내 한류 현상을 본질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한류는 ‘겨울연가’ 같은 특정 드라마보다 사소한 곳에 있어요. ‘겨울연가’를 보고 처음으로 인터넷을 배워 한국 사이트를 찾는 ‘아줌마’들, 한국 방문 후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 문화를 배우려 동아리를 만드는 사람 등 일본의 한류 열풍은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한류를 세계화라는 큰 틀에서 국경을 초월한 ‘문화’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한류 열풍은 생활 속의 ‘한국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남자는 어떠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이런 생각을 대변한다.

그는 “한국 일본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사람 따라 다른 거죠”라며 웃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