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더욱 다이내믹해진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11일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임시 집행위원회를 열고 태권도 경기 규칙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다음 달 13일부터 닷새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제17회 세계선수권대회부터 당장 적용될 연장전 서든데스 도입과 남자부의 2분 3회전으로의 경기시간 단축.
서든데스는 3회전까지 동점일 경우 곧바로 연장전에 들어가 한 방으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 시비가 잦아 큰 골칫거리였던 우세승 판정을 없애고 경기의 박진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3분 3회전을 2분 3회전으로 바꾼 것은 경기의 스피드를 높여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내년 이후를 겨냥한 개선안도 마련됐다. 경기장 규모를 12×12m에서 10×10m로 줄여 뒷걸음질치며 포인트 방어를 하는 선수가 불리하게 만들었다.
현행 규칙에도 있긴 하지만 사문화되다시피 한 주먹 기술을 활성화하고 선수 안전을 위해 글러브를 착용하게 할 방침. 부심을 3명에서 4명으로 늘려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고 전자호구와 컬러도복의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회의를 주재한 조정원 WTF 총재는 “이번 집행위원회는 태권도 발전을 위한 역사적인 회의였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규칙 개정에 대해 국내 경기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세혁 에스원 감독은 “그동안 오로지 발만 사용하다 보니 고난도 공격을 성공시키고도 넘어지는 경우가 많아 흥미가 반감됐다. 발에 이은 주먹 기술이 연타로 들어가면 신체의 균형이 이뤄져 넘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질적 병폐였던 판정 시비가 줄어들고 박진감 있게 경기가 진행되면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의 위상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며 “경쟁국들의 거센 도전에 맞서 바뀐 경기 규칙에 하루빨리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