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전(인구 145만 명)은 행정도시의 최대 배후도시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게다가 대덕연구단지를 획기적으로 개발하자는 내용의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해 마련돼 대전시는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이런 탓인지 최근 대전에서는 대덕테크노밸리 사업지구의 아파트 분양이 재개되는 등 지역 경제가 꿈틀거리고 거리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행정도시의 배후도시 역할=2012년 대전에서 불과 20분 거리인 충남 연기-공주에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12부와 기획예산처 등 4처, 국세청을 비롯한 2청이 들어서면 대전은 행정도시의 배후도시가 된다.
행정도시가 인구 50만의 자족적 도시로 성장하려면 20년 이상 소요된다는 게 학자들의 전망이다. 그때까지는 배후도시로서의 대전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대전시는 최근 중장기 도시계획을 보완해 마련했다.
대전시 박상덕(朴相德) 기획관리실장은 “행정도시의 기능과 역할을 분담할 수 있도록 교육 문화 예술 체육 오락 등의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대전 및 행정도시 상생발전 전략’을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특히 “행정도시와 대전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게 도시계획의 초점”이라고 덧붙였다.
그중 하나가 유성구 외삼동 지하철역과 행정도시 간 도시철도의 연결이다. 내년 6월 개통되는 대전지하철 1호선의 종착역을 행정도시와 연결할 경우 행정도시로 이주하는 공무원과 가족들의 이용 편의는 물론 수송력도 크게 증대된다.
대전시는 경전철(Light Rail Transit)로 운행하면 사업비는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놓고 정부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법 통과=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시절인 30년 전에 조성된 대덕연구단지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대덕연구개발특구법이 만들어지면서 이곳이 연구개발(R&D)특구로 지정된 것. 이곳을 국가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정부와 대전시의 구상이다. 단기적으로 5년 안에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관련법 발의에 앞장섰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권선택(權善宅·대전 중) 의원은 “계획대로 추진되면 대전은 동북아 R&D의 거점도시로 발전하면서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고용창출과 소득증대도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7월까지 특구법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연구단지에 입주해 있는 정부출연연구소 및 민간기관, 각종 벤처기업에 세제감면 및 병역특례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대전시 김창환(金昌煥) 경제과학국장은 “2009년이 되면 대덕연구단지 매출액이 현재 3조6000억 원에서 6조 원으로 늘어나고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벤처기업에 종사하는 고급인력이 3만 명에서 5만5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웰빙’ 대전구상=도심을 3등분해 흐르는 갑천 유등천 대전천 등 3대 하천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고 2급수 이상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대전시는 이 하천(총 연장 77.5km)을 2020년까지 시민 친화적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하천변에 시민들이 달릴 수 있는 조깅코스가 마련돼 시민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청계천 복원사업과 유사한 이 사업에 투입되는 사업비만도 1392억 원에 이른다. 어도(魚道)는 물론이고 산책로, 꽃길, 실개천 등을 조성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곳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대전사랑시민협의회 양희권(梁熙權) 회장은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3대 하천 살리기는 시민 모두 동참해야 할 일로 시민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염홍철 대전시장 인터뷰▼
“4+4전략만이 살 길입니다.”
염홍철(廉弘喆·사진) 대전시장이 요즘 자주 하는 말 중의 하나다.
4+4는 대전이 다른 도시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는 산업을 일컫는 말로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신소재, 메카트로닉스 등 4대 전략산업에 항공우주, 국방, 원자력, 유비쿼버스 산업을 더한 것.
염 시장은 특히 “대덕연구단지는 대전 성장의 견인차”라고 강조하면서 “연구단지를 집중 육성해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인터뷰 중에도 염 시장은 대전시와 과학기술부가 협의 중인 대덕 연구개발(R&D)특구 육성 종합계획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기도 했다.
그는 “대학과 연구소, 벤처기업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문화예술분야에도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중부권 최고 수준으로 문을 연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을 활용해 문화예술의 일류화와 대중화를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인프라 구축 사업 중 하나로 고암 이응노(李應魯) 미술관 건립을 위해 지난해 9월 고암 선생의 부인이 사는 프랑스 파리를 직접 찾기도 했다. 그 성과로 이응노 미술관이 올해 대전 서구 만년동 대전시립미술관 옆에 지어진다. 염 시장은 최근의 한나라당 탈당과 관련해 “변절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대전권 발전의 최대 관건인 행정도시 건설에 몰입할 수 있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를 얻게 돼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약력:
△1944년 충남 논산 출생
△대전공고, 경희대 정치학과 및 중앙대 정치학 박사
△경남대 교수(1972∼1988년)
△대통령정무비서관(1988∼1993년)
△대전시장(1993∼1995년) (2002년 7월∼현재)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