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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교과서 왜곡-독도문제]“시원한 카드 꺼내고 싶은데…”

입력 | 2005-03-13 18:41:00

일본 역사왜곡 자료 전시회휴일인 13일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2층에서 열리고 있는 ‘소리 없는 전쟁, 일본의 역사 왜곡을 말한다’는 내용의 전시회에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 관련 사진, 조형물, 영상자료를 둘러보고 있다. 이 전시회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연합


한일관계를 냉각시키고 있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에 대해 정부는 일단 강경대응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가장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응책은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교류협력 중단. 이달 초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의 일본 방문 연기가 대표적인 예다. 양국이 ‘한일 우정의 해’로 선포한 올해는 상호 학교 방문과 문화행사 등 180여 건의 교류사업이 예정돼 있으나 현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2001년 교과서 파동 때는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가 추진했던 한일 교류행사 가운데 84건이 한국 측의 요청으로 중지됐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비롯해 일본의 국제사회 발언권 확대 노력에 대해 한국이 ‘위상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강조하면서 제동을 거는 방안도 일본에는 아픈 부분이다.

정부는 4월 초 파키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 외무장관 협의체인 아시아협력대화(ACD)뿐만 아니라 5월 초 일본 교토(京都)에서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외무장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독도 관광에 대해 취하고 있는 제한 규정을 완화해 독도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도와 교과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정부의 고민이다. 2001년에도 우리 정부와 국민이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일본은 결국 왜곡 교과서를 승인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됐다.

4년 전처럼 주일 한국대사를 소환하는 강수를 둘 수도 있지만 외교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외교부 측 설명. 당시에도 정부의 공식 입장은 ‘현안 협의를 위한 일시 귀국’이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기도 하다. 외교부 관계자가 13일 “시원하게 강경책을 내놓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장관이 이미 단호한 대응방침을 천명한 데다 ‘조용한 외교’라는 대일(對日) 외교기조 자체에 대한 비판론이 일고 있는 점에 비추어 정부가 한일관계 악화를 감수한 강경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는 독도 문제의 경우 시마네(島根)현의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16일까지, 교과서 문제는 일본 정부의 검정 결과가 나오는 4월 초까지 지켜본 후 공식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정부부처 합동대책반 가동▼

정부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인적자원부 김영식(金永植) 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범정부 대책반’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대책반은 교육부와 청와대 외교통상부 국무조정실 국방부 여성부 문화관광부 해외홍보원 해양수산부 등 관련 정부 부처 국장급 관계자로 구성되며 15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국무총리실 대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갖는다.

대책반은 일본 스스로 문제 교과서의 기술 내용을 개선하도록 촉구하고 민간(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 반크 등 시민단체), 학계(국사편찬위원회, 자문위원단), 국회, 정부 부처 및 국제 네트워크 등과 연계해 4월 결정될 검정 합격본이 최소한 현행본보다 개선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사를 왜곡한 역사교과서의 채택률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