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라톤에 스피드 훈련이 시급하다. 2005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남자 엘리트 선수 58명 중 한국 선수는 23명. 이 가운데 선두권에 낀 선수는 없었다. 10km 지점을 통과할 때까지는 4명이 선두그룹으로 달렸으나 14.3km 지점에서 마지막 남은 장신권(건국대)마저 뒤처졌다. 남자 마라톤에선 5km를 14분대에 주파해야 세계적인 대열에 낄 수 있다. 스피드에서 뒤지다 보니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최고 성적은 신정훈(구미시청·2시간 19분 12초)이 기록한 11위가 전부.》
여자부에도 엘리트 선수 13명 중 7명이 한국 선수였으나 초반부터 중국 선수들의 스피드에 밀려 5km 지점을 통과할 때 모두 선두그룹에서 탈락했다. 최종순위는 오정희(삼성전자·2시간 31분 41초)의 6위가 최고.
한국 마라토너들의 스피드 부족은 마라톤의 기초가 되는 중장거리 부분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장거리에서 스피드를 충분히 기른 뒤 마라톤에 도전해야 하는데 그 중간 과정을 생략해 버렸다는 것.
정하준 코오롱 감독은 “일본은 중고교 중장거리 선수가 3000명이나 되는데 한국은 그 10분의 1도 안 된다”며 “가장 기본이 되는 학교 체육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훈련 방법이나 시설은 과거에 비해 크게 좋아졌지만 요즘 선수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해 버린다”며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국 마라톤의 시급한 보완점은 스피드 보강. 13일 2005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한 한국의 엘리트 선수들은 레이스 초반 일찌감치 선두그룹에서 밀려났다. 맨 뒤 선글라스를 쓴 장신권(건국대)이 14.3km 지점에서 선두그룹에 뒤처지고 있다. 특별취재반
황규훈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는 “이봉주 이후 후계자를 길러내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가능성이 엿보이는 젊은 중장거리 선수들이 2, 3년 후에야 마라톤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한국 마라톤의 침체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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