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직원이 주식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희롱 혐의로 면직 처분을 당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조사국 직원 이모 씨(선임검사역)는 작년 말 D증권의 여직원을 새벽에 서울 시내 모 호텔로 부른 사실이 적발돼 최근 면직 처리됐다. 또 이모 씨의 담당 팀장과 국장도 문책을 받았다.
이모 씨는 당시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불공정거래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던 중 헤르메스의 중개와 통역을 맡았던 D증권사 여직원에게 "조사할 게 있다"며 호텔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간은 새벽 1시경.
이모 씨의 요구에 당황한 여직원이 "같은 회사 남자 직원과 동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이모 씨는 조사 요구를 취소했다.
D증권은 이후 이 사실을 금감원에 신고했고, 지난달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금감원은 이모 씨에 대해 성희롱 혐의로 면직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헤르메스와 관련된 D증권사 직원들이 당시 전원 휴가를 가버리는 등 조사에 매우 비협조적이어서 순간적으로 이모 씨가 분별력을 잃은 것 같다"며 "회식 후 술이 취한 상태였다는 점도 실수를 부추긴 요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감원 규정상 금융기관 조사 장소는 금감원 사무실이나 피조사인이 원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모 씨의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금감원은 이와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피조사인에 대한 출석 요구는 반드시 국장 전결을 받도록 하는 등 '조사업무 혁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