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드디어 영화가 개봉되는 날이면 첫날밤을 앞둔 신부마냥 제작자나 출연진은 가슴이 설렌다. 그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한 작품에 참여했던 모든 영화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극장에 모여든다. 개봉일은 마치 잔칫날 같아 많은 영화인이나 지인들이 극장 앞에 모여 개봉을 축하해 주거나 직접 표를 사서 관람해 주었다. 그러다 매진이 되면 제작사는 만원사례 봉투를 돌리기도 하고 점심을 ‘쏘기’도 했는데, 점심 메뉴는 관객 수에 따라 달라졌다.
단관(單館) 개봉을 하던 시절과는 달리 요즘은 개봉관이 많아진 탓에 예전 같은 잔칫집 분위기는 맛볼 수가 없다. 또 극장 앞에 나가야만 알 수 있었던 관객의 반응이나 관객 수 역시 직접 나가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즐기며 느끼는 현장감에 비할 수는 없다.
오랜 세월, 많은 영화를 함께 만들어온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과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3인방도 개봉일이면 항상 단성사 옆 2층에 있는 다방에 모였다. 그 다방은 영화인들이 애용하던 유명 장소이기도 한데, 특히 3인방은 다방 한쪽 극장이 잘 내려다보이는 자신들의 고정테이블을 차지하고 표를 사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을 바라보곤 했다. 입장객의 줄이 길게 늘어서면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기도 하고 후배 영화인들의 축하인사를 받느라 바쁘기도 했다.
‘엽기적인 그녀’를 만들었던 곽재용 감독은 데뷔작인 ‘비 오는 날의 수채화’ 개봉 당일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차마 극장 앞에 나오지 못하다가 관객 행렬을 확인한 스태프의 전화를 받고 뒤늦게 극장으로 달려왔다는 후문이 있다. 자신이 참여한 영화에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들었으면 하는 것은 많은 영화인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봉일까지 마음 놓지 못하고 극장 앞에도 나가고, 관객들을 직접 불러 모으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수많은 한국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한 ‘황기성 사단’의 황기성 사장은 개봉일 극장에 나오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 시간에 혼자서 등산을 가거나 교외 드라이브에 나서는데, “개봉을 하는 순간 영화는 제작자의 것이 아니라 관객의 것”이라는 게 황 사장의 지론이다.
오늘도 잔칫집 같던 개봉 날의 풍경을 그리워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에 나가 많은 관객들이 찾아 주기를 바라곤 한다.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uni1107@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