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일본 시마네 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을 가결한 16일 울릉군청 직원과 군 의회 관계자들이 울릉도 전역을 돌며 일본의 영토 야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울릉도=안철민 기자
일본 시마네 현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을 제정한 16일, 독도는 높은 파도와 거센 바닷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의연한 모습이었다.
누가 독도를 ‘돌섬’이라고 불렀던가. 섬을 뒤덮은 괭이갈매기들은 보금자리에서 소리 높여 울었고 섬 곳곳엔 새봄을 알리는 푸른 싹이 가득했다. 자신을 둘러싼 그 뜨거운 논란 속에서도 독도 곳곳에는 희망찬 생명의 기지개들이 한창이었다.
어둑한 동해를 바라보며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독도경비대 안병선(23) 상병은 “독도는 대한민국 독도경비대가 24시간 지키고 있는데 다케시마의 날이 말이 되느냐”며 “일본에서 부는 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경비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도의 이곳저곳을 살피던 이재현(李在賢·25·경찰대 19기) 독도경비대장은 “오늘 TV에서 다케시마의 날 제정 소식을 접하고 잠시 마음이 착잡했지만 일본의 그런 움직임에 경비대원들은 오히려 사기가 높아지고 자부심도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장은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물 샐 틈 없는 철통 경비로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이날 밤이 깊어지면서 독도 주변은 파도가 심해지고 바람도 거세졌다. 근무 교대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경비대원들 사이로 동도 꼭대기의 태극기는 오늘따라 더 힘차게 펄럭거렸다.
한편 1만여 명의 울릉도 주민은 ‘다케시마의 날’ 제정에 누구보다 뜨거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이날 울릉군청 직원 150여 명은 규탄 대회를 갖고 군청을 출발해 도동항까지 행진했다.
도동항 등에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도 이번 기회에 1999년 체결된 신 한일어업협정도 파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릉어업인회 김성호(金成浩·59) 회장은 “한일어업협정으로 독도가 한일 중간수역에 포함돼 일본이 지금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냐”며 “중간수역의 경계를 독도를 기점으로 다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10월 25일을 ‘울릉군민의 날’로 기념하는 주민들은 올해부터 이날을 ‘울릉 및 독도의 날’로 선포하고 독도 지키기에 앞장서기로 했다.
경북도 “시마네현과 단교”
한편 경북도는 이날 1989년 자매결연을 체결한 시마네 현과의 단교를 선언하고 독도정책을 총괄하고 기획하는 전담조직 구성과 독도해양과학연구기지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독도 지키기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의근(李義根) 경북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우정의 해’에 행해진 이 침략행위는 입 속에는 꿀을 담고 배 속에는 칼을 숨기는 ‘구밀복검(口蜜腹劍)’의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