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노미사키 신사 지킴이인 이시다 다카코 씨가 사라진 한국신사를 대신해 1996년 재일교포 독지가가 세운 초라한 한국신사의 표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즈모(일본 시마네 현)=조헌주 특파원
일본의 역사 왜곡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라진 ‘가라쿠니(韓國) 신사’ 현장에서의 첫 느낌이다.
시마네 현 현청 소재지 마쓰에(松江)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 이즈모(出雲) 시 해안에 히노미사키(日御崎) 신사가 있다. 전설상의 일본 개조(開祖) 아마테라스(天照)의 남동생인 스사노오노미코토(素(잔,전)鳴尊)가 한반도에서 건너와 여기에 정착했다는 것이 신사의 유래다. 가라쿠니 신사는 이 신사 경내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1970년대 초 이곳을 찾은 재일교포 작가 김달수(金達壽·1919∼1997) 씨는 ‘일본 열도에 흐르는 한국혼’이란 책에서 이렇게 썼다.
“아니, 여기에도 가라쿠니 신사가 있었나. (…) 히노미사키 신사란 원래 가라쿠니 신사가 아니었을까. 원래 본사(本寺)였던 것이 몰락해 경내사(境內寺·경내에 그 신사와 연고가 깊은 신을 모셔둔 말사)가 된 예는 많다. 특히 이곳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 히노미사키 신사는 신라와 같은 태양신을 모시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시마네 현에는 신라뿐 아니라 발해, 고려와의 활발했던 교류사를 보여주는 흔적이 산재한다. 고대 한반도를 뜻하는 ‘韓’ 이름이 들어간 신사만 해도 가라시마(韓島) 신사, 가라카미시라기(韓神新羅) 신사, 가라쿠니이타테(韓國伊太저) 신사 등 11개나 된다. 그러나 고대 일본의 원류가 한반도임을 말해 주던 가라쿠니 신사는 김 씨가 목격했던 것처럼 본사에서 말사로 전락했고, 그 뒤 말사 자리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경위를 안타깝게 여긴 재일교포 김호수(金好秀) 씨가 1996년 부근 경내에 복원해 놓았다는 이름뿐인 신사는 어찌나 작고 초라한지 ‘한국신사’라고 한자로 쓰인 편액조차 보일락 말락 했다. 최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왜곡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라진 ‘한국신사’ 역시 지속적으로 진행돼 온 일본의 역사 왜곡의 일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신사 관계자의 솔직한 증언조차 언제까지 이어질지 자신할 수 없다.
이즈모=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