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사대리 불러 강력항의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오른쪽)는 16일 오후 우라베 도시나오 주한 일본대사대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일본 시마네 현 의회가 이날 ‘다케시마의 날’ 제정 조례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16일 일본 시마네(島根) 현 의회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제정 조례안 통과를 주권과 영토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규정하고 곧바로 독도 관광을 대폭 허용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정부“개탄스러운 행위”=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불순한 의도’ ‘일개 지자체에 불과한 시마네 현의 무분별한 행위’라는 용어를 써가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외교 성명으로선 매우 험한 표현이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도 “개탄스러운 행위”라며 정부의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정부는 독도가 우리의 실효적 지배 하에 있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는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취해나갈 방침이다. 독도 관광 전면 허용은 첫 번째 상징적인 조치이다. 정부 관계자는 “독도 문제와 관련한 국민의 뜨거운 애정과 관심에 호응하는 차원의 단호한 의지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성명을 통해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은 점점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겠다는 예고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 차원의 단계별 시나리오를 작성해놓았다”고 말했다. ‘한일 우정의 해’ 관련 행사 축소, 독도 관련 법 정비,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연기 또는 중단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용한 외교’의 허실=반 장관은 이날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의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조례안이나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를 덮어 두거나 외면해서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더 이상 이들 문제를 조용하게 풀어갈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40년간 지켜온 ‘조용한 외교’ 원칙을 버리기로 한 것은 이제까지의 대일외교 기조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일본이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로 시비를 걸어올 때마다 한일우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될 수 있으면 물밑 외교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 애썼다. 이런 일이 수십 년간 되풀이되면서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갈등을 미봉하고 넘어가는 데 치중해온 측면이 있다. ‘영토 주권’과 ‘역사’에 대한 도발이라는 상처가 급기야 곪아터진 것도 그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조용한 외교 원칙이 현안 해결에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라는 것이 한일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우리 쪽에서 일본을 자극하는 일은 거의 없어진 반면 일본은 우리의 외교 노력에는 아랑곳없이 주기적으로 도발해 왔다는 것.
박철희(朴喆熙)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조용한 외교는 물밑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과 상대방도 조용하게 응한다는 상호주의가 전제돼야 효용성을 갖는 것”이라며 “상대방은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데 우리만 조용한 외교 원칙을 고집하다 보면 ‘바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처하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독도 문제를 국제적으로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노림수에 걸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국제분쟁으로 번질 염려가 없는 역사 왜곡에는 끝까지 강한 대응을 하되 독도 문제는 일본의 도발 수위에 맞춰 대응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