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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비리 수사 전국 확대… 검찰, 대기업勞組 동시다발 추적

입력 | 2005-03-17 18:10:00


부산 항운노조 비리에 대해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자동차와 섬유, 금융기관 등 대기업 노조의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노조를 상대로 기획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고 각 검찰청과 지청에서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것인데, 우연히 겹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조가 권력화되고 부패하면서 자연스럽게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국 항운노조 수사=대검찰청 공안부(부장 강충식·姜忠植)는 최근 전국의 일선 검찰청에 각 항운노조의 동향을 파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비리에 연루된 노조 간부들을 전원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김종로·金鐘魯)는 이날 긴급체포한 부산항운노조 박이소(60) 위원장과 박모(44) 후생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노조 연락사무소 건설과정에서 공사비를 과다 책정해 건설업체에서 2억5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박 위원장은 노조의 총무부장 이모(45) 씨가 건설업자에게서 받은 2억 원 중 1억 원을 상납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총무부장과 복모(53) 부위원장 등 3명을 이미 구속했다.

검찰은 또 노조 간부 8명에 대해 추가로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으로 출국금지된 노조 관련자는 13명으로 늘었다.

검찰은 노조 간부들이 1997년 완공된 노조복지회관 건립 과정에서 수십억 원을 횡령했다는 의혹과 채용 및 인사 때마다 돈을 상납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수사할 방침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도 부산항운노조 비리와 관련해 취업 희망자에게서 채용 명목으로 1700만 원을 받은 부산항운노조 제2 냉동연락소 반장 정모 씨를 1월 22일 구속하고 계속 수사 중이다.

인천지검 공안부(부장 이명재·李明宰)도 인천항운노조 전현직 간부들이 일반 노조원과 취업 희망자 등을 상대로 채용과 승진에 힘써 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전 조직부장 전모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전 씨는 조합원 5명에게서 채용과 승진 명목으로 2001년부터 최근까지 59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동시다발 노조비리 수사=항운노조 비리 외에도 노조의 각종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모 자동차 노조가 협력업체에서 건네준 억대의 돈을 노조활동비로 사용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부산지검은 5일 전국 섬유유통 노조 연맹 부산 경남 지역 본부장 백모 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백 씨는 노조원 교육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인터넷 업체에서 1억3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제주지검은 지난달 26일 전국자동차연맹 제주지역 노조위원장 조모 씨를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조 씨는 2000∼2004년 제주도청에서 지원된 보조금 2억7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지난달 16일 협력업체로 지정해 준다는 명목으로 1억1000만 원을 받아 챙긴 쌍용자동차 전 노조 간부 2명을 구속했다.

또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15일 노동조합비 2억2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국민은행 전 노조위원장 김모 씨를 구속했다.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노동조합 비리 수사수사 검찰청수사 내용진행 상황부산지검부산항운노조의 공금 횡령, 채용 및 승진 관련 금품 수수3명 구속, 2명 긴급체포, 13명 출국금지부산동부지청부산항운노조의 채용 관련 금품 수수1명 구속인천지검인천항운 노조의 채용 및 승진 관련 금품 수수4명 구속, 8명 불구속 입건서울남부지검모 자동차 노조, 협력업체로부터 건네진돈을 노조활동비로 사용한 혐의수사 중수원지검
평택지청쌍용자동차 노조 간부, 협력업체 지정대가로 금품 수수2명 구속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항운노조 왜 말 많은가▼

항운노조 비리 의혹은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항구의 모든 하역 작업을 독점하며, 노조에 가입해야만 항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클로즈드숍(Closed Shop)이라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항운노조들은 막강한 힘을 휘둘러 왔고, 그 과정에서 비리 의혹도 심심치 않게 터져 나왔다.

일본은 1870년대 중반 부산항을 강제 개항한 뒤 노동자 조직에 독점적인 항만 인력공급권을 부여했다. 한국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협조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독점권은 부두 노동자 조직이 1947년 7월 대한노총 부산부두노동조합으로 현대적인 노조로 재탄생한 뒤에도 그대로 이어져 왔다.

이와 함께 클로즈드숍 제도 덕분에 노조 집행부는 근로자 채용과 전보 등 인사에 관한 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게다가 사용자는 하역회사와 운송회사, 보세창고 등으로 다양하게 나눠져 있어 결집력이 낮은 반면 노조는 단일 조직이어서 상대적으로 힘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항운노조 조합원은 부산 9000여 명을 비롯해 인천 광양 포항 등 전국적으로 3만 명에 이른다. 항운노조 위원장은 대의원 투표로 선출된다.

노조는 이런 힘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될 만한 사안이 발생하면 작업 거부나 파업을 통해 이익을 지켜 왔다.

부산항운노조는 1978년부터 2002년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 개장으로 일감이 줄어든다며 터미널 운영회사 등에서 259억 원의 손실보상금을 챙겼지만 수십억 원의 횡령설이 흘러나오는 등 사용 내용은 의혹투성이다.

노조원 평균 급여는 인천의 경우 월 평균 287만여 원으로 연봉이 3440만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즈드숍이란: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만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식. 국내 노동법은 오픈숍(Open Shop·근로자의 노조 가입이 의무가 아님)을 채택하고 있지만 항운노조는 관습적으로 클로즈드숍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재래식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기계식 부두가 늘어나면서 미국 일본 대만 등 대부분의 항만노조가 오픈숍으로 전환됐다.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