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주부 오연경(35)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의 학교 급식 당번이 큰 부담이다.
지난해 몇 번 ‘도우미’ 아주머니를 학교에 보내다 아이가 싫어해 휴가를 내고 당번을 다녀왔지만 뒷맛이 씁쓸했다. 오 씨는 “휴가를 내기도 힘들지만 배식 이후엔 교사가 화장실 청소까지 시켰다”며 “학부모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학교 급식 당번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초등학교 1, 2학년을 주 대상으로 이뤄지는 급식 당번 자원봉사가 사실상 강제 할당 당번제로 운영돼 맞벌이 학부모의 민원이 잦았다”며 “배식 당번제를 금지하고 학부모에게 청소를 시키지 않도록 일선 초등학교에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4월부터 각 초등학교에서는 급식 시에 △고학년 학생을 최대한 참여시키고 △종교단체 등 외부 자원봉사자를 동원하며 △유급 인력을 채용하는 방안을 활용해야 한다.
시교육청은 “학부모가 배식에 참여할 때는 자녀 학급의 배식은 맡을 수 없도록 했다”며 “순수한 자원봉사의 뜻을 살리고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 조성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식을 위해 인력을 고용할 경우 연간 소요 예산이 100억 원에 이르는 데다 올해는 교육청의 지원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학부모의 재정적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유급 인력 고용에 따른 추가 부담을 1학년이 부담할 경우 급식 1회의 평균 가격은 1399원에서 1970원으로 약 40%, 전 학년이 부담하면 1495원으로 6.8% 증가할 것”이라며 “재원 마련 방안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자율 결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