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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도 만만찮은 ‘독도바람’

입력 | 2005-03-17 18:24:00

與 日규탄 결의열린우리당 의원들은 17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갖고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행태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열린우리당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의 단호하고 신속한 조치를 요구하며 영토를 지키려는 정부의 노력에 당과 국회는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제 기자


여야 정치권은 일본의 독도 관련 행태를 한 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정치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셈법에는 차이를 보였다.

■ 열린우리 “정부 대응 뒷받침”

▽여당=열린우리당은 1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일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다.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는 일본을 ‘양식 없는 2류국가’로 규정했고, 최성(崔星) 의원 등은 주한 일본대사의 추방을 촉구하는 등 강경론 일색이었다. 31일에는 독도 인근 해상에서 관련 전문가와 학자들이 참여하는 ‘해상 독도 영유권 수호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 당 의장 경선에 출마한 염동연(廉東淵) 의원은 이날 국회 한일의원연맹에서 탈퇴했다.

강경 대응의 배경에는 이번 사태가 결과적으로 최근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했던 각종 이슈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듯하다. 특히 행정도시법 국회 처리 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됐던 여권의 지지도 하락이 반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반일 감정이 한창 고조되던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통과 전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지지도는 지난달 중순보다 10.5%포인트 높아진 37%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독도 사태가 3개 쟁점 법안 중 하나인 과거사진상규명법 처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여당 안팎의 관측이다.

정 원내대표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사법 처리가 계속 미뤄진다면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며 4월 국회에서 법안 처리 의사를 재확인했다. 당 의장 경선 후보인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개인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의 독도 관련 활동이 과거사법에 반대했던 자신들의 입장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野 국토수호 결의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당 의원모임인 ‘국민생각’ 주최로 열린 국토수호결의모임에서 대형 독도 걸개그림에 ‘독도는 한나라당이 확실히 지키겠습니다’고 쓰고 있다. 김경제 기자

■ 한나라 “정부에도 책임”

▽야당=일본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독도에서 당의 각종 회의를 개최한다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며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또 19일 강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소속 의원들이 돌아가며 독도를 방문키로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독도 대응에 대한 평가에는 인색했다.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은 “2004년 국방백서에 독도 관련 내용이 빠져 있는 등 국토 수호 책임 부서가 얼이 빠져 있는 듯하다”며 “일본이 트집을 잡는 것도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독도 관련 현안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일본을 잘 모르고 순진하게 대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이 이날 발표한 정부의 대일 독트린에 대해서도 “별 내용이 없다”며 평가 절하했다.

그러나 15일 서울시의회의 행정도시법 반대 시위를 계기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반여(反與) 정서가 주춤하는 것에는 우려하는 눈치다. 특히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은 ‘수도 이전’ 이슈의 열기가 식는 것을 걱정하며 이날 잇따라 회동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권의 과거사법 4월 강행 처리 방침에는 “여권의 억지가 도를 넘고 있다”(임태희·任太熙 원내수석부대표)며 각을 세우면서도 여론의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성금을 모아 독도에 이순신 장군 동상과 거북선 모형을 건립하자”고 제안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