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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단속 실적 올리기에 매달리는 공정委

입력 | 2005-03-17 18:31:00


공정거래위원회가 각종 불공정거래 단속건수를 올해는 지난해보다 10∼20% 늘리겠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5%의 2∼4배에 이르니, 온 나라가 성장을 위해 애쓰는 것보다 공정위의 실적 올리기 노력이 더 치열할 전망이다. 단속 대상인 기업들로서는 투자하고 고용해서 성장에 기여하랴, 공정위 단속 피하랴 이래저래 바빠지게 됐다.

공정위의 올해 목표에는 기업 담합 시정조치 39건, 기업 불공정거래 시정조치 141건, 신문판매 불공정행위 시정조치 240건 등 20여 가지가 포함돼 있다. 공정위는 대통령에게 이런 약속을 했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승부를 걸지, 선의(善意)의 감독행정 원칙에 따라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계도와 법 위반 예방에 주력할지 주목된다.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또 기업그룹 중 3개를 지주회사로 전환시키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강 위원장이나 공정위가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만큼 대상 기업의 주식지분이라도 넉넉히 갖고 있다는 뜻인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 기업이 공정위 손안에 있으니 윽박질러서라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시키겠다는 얘기일까. 공정위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표적 기업들을 얼마나 애먹일지 솔직히 겁이 난다.

구체적 목표관리를 좋아하는 노 대통령조차 오죽했으면 “시장 참여자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성과 지표로 삼을 수 있도록 바꿔 나가라”고 공정위에 지시했을까. 강 위원장을 비롯한 공정위 관료들이 공정위 역할에 대한 착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한 기업 살리고 시장 살려 경제를 활성화하기가 쉬울 것 같지 않다. 또 공정위가 기업들에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절반가량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전례에 비추어 기업들이 공정위와의 법정 소송에 얼마나 더 진을 빼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