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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불공정’추적 어렵다…‘외국기관에 정보제공 不可’

입력 | 2005-03-17 18:33:00


《금융감독원은 2003년 홍콩에 본사를 둔 A펀드의 시세조작 혐의를 포착해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A펀드의 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홍콩 금융당국에 자료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홍콩이 금융정보를 제공하면 한국도 상응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은 결론을 보지 못한 채 종결됐다. 이처럼 외국자본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발해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잇따르자 외국자본은 금융감독의 사각(死角)지대에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가 간 공조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손 묶인 금융당국=금융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자본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금융정보가 필요할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 증시의 외국인 비중이 40%를 넘는데도 국가 간 금융정보 교류에서 한국은 외톨이나 다름없다. 금융정보 교류를 위한 채널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금융감독 당국 모임인 국제증권감독자기구(IOSCO) 회원국이지만 21개국, 26개 기관이 체결한 ‘다자간 금융정보 교류 협정’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1999년 이후 영국 프랑스 일본 등 7개국, 10개 기관과 개별 협정을 맺었지만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를 위한 금융거래 명세를 교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정보 교류의 걸림돌은 바로 한국에 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외국환거래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등이 그것이다.

금융실명법은 검찰이나 금감원의 정당한 요구에 금융회사가 개인 및 법인의 금융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면서도 외국기관에는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환거래법과 신용정보법도 금융실명법에서 정한 예외 규정 외에는 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정보를 주지 않으면 상대 외국 당국도 한국에 금융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정보 교환에는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 보호냐, 금융시장 안정이냐=금융실명법 소관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이 같은 현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실명법의 예외 규정을 확대할 수 없다는 태도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융실명법 때문에 외국자본에 대한 조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 자체를 고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예외 조항을 늘리기 시작하면 개인정보 보호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자금세탁방지법이나 금융감독기구설치법 등을 고쳐 우회적으로 금융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윤용로(尹庸老) 감독정책2국장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는 데도 감독이 못 미치는 비대칭적 구조”라며 “금융실명법 개정이 어렵다면 감독기구설치법 등을 고쳐 외국과 금융거래정보 교류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