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어떤 도서목록이 좋아요? 어느 사이트를 보죠?”
책에 대한 정보가 많은 탓인지, 엄마들이 열성적인 건지 요즘은 좋은 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보다는 그것을 찾는 방법을 묻는다. 출판사나 시민단체, 어린이 전문서점, 인터넷 등에서 좋은 책, 추천도서, 권장도서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책을 소개하고 있고, 비교적 손쉽게 이런 자료를 구할 수 있다 보니 학부모들이 대부분 여기에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
꼼꼼하게 따져 보면 ‘좋은 책’이라는 말 속에는 참 많은 뜻이 있다. 읽어서 좋은 책일 수도 있고, 우리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책일 수도 있고, 아이가 좋아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일 수도 있다.
어린이책에서 중요하게 짚어야 할 부분은 그 내용이리라. 책 속의 가치관, 주제의식, 작가의 생각이 건강하고 바른지를 살펴야 한다. 가족과 사회, 역사와 세계 등에 대해 생각해보고 비판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주는 책이 좋다. 건강한 인간상이 제시되는 책은 어린이들에게 책 속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그 인물의 모습을 통해 삶의 진실을 배우게 되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대부분의 어른에게서 물려받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깰 수 있게 해 주는 책도 아이들에게는 소중하다. 현실에서 보게 되는 장애나 이혼, 외모 등의 문제에 대해 아이들이 책 속에서 간접 경험을 하면서 주변 사람을 살피는 따뜻한 정서를 갖게 해 준다면 더없이 좋은 책이다. 문학적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 외로울 때 위로가 되고, 우울할 때 기쁨을 주고, 눈물을 흘리면서 통쾌함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책은 또 하나의 벗이 되는 셈이다.
좋은 어린이책은 쉽고 명쾌한 문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읽어서 이해하기 편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좋은 책이 된다는 것이다. 좋은 책에서 그림은 글 못지않은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좋은 책의 기본을 이루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에게 ‘알맞은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마다 개인차가 있고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것을 고려해서 책을 고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책 선택을 도와야 한다. 다 읽어 보는 것이 어렵다면 믿을 만한 전문가나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고, 서평이나 책 소개 글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 최소한 좋지 않은 책을 고를 위험은 벗어나게 된다.
좋은 책에 대해서는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도 좀 관대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습에 도움을 주는…’ ‘우등생으로 이끄는…’ 등과 같은 제목의 책에 너무 민감하지 말고, 몸속에서 곰삭아서 뼈와 살이 되는 책을 우선시해야 한다. 어린 시절의 책읽기는 일생을 살아가는 정신의 씨앗을 심는 일이며, 이를 가꾸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물주기와 햇볕이 있어야 함을 잊지 말자.
오길주 문예원 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