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에서 발생한 강진의 여파로 20일 오전 11시를 전후해 전국에서 건물이 흔들리는 등 큰 혼란이 발생, 국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그런데 기상청과 방송사가 지진 발생 초기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등 늑장 대처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기상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지진의 원인과 영향 등을 알아보려 애썼지만 정작 홈페이지에서는 지진 발생 후 1시간이 되도록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기상청측은 "지진 발생 직후인 11시 10분께 관련 공지사항을 올렸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은 "늑장 대응을 하고 발뺌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굼뜨기는 방송사도 마찬가지. 그나마 MBC가 이날 오전 11시 25분부터 45분께까지 약 20여 분 간 긴급 재난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KBS 1TV는 오전 11시 50분쯤에야 속보를 방송했고, SBS는 낮 12시 정규 뉴스 시간에 지진 관련 소식을 전했다.
짧은 순간이긴 했지만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던 누리꾼(네티즌)들은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에 몰려가 불만을 쏟아냈다.
누리꾼 ‘전한준’씨는 기상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남긴 항의 글에서“기상청은 지진 측정해 일본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후 청와대의 허락받고 지진경보 발령하는 시스템인가”라며 기상청의 늦장 대응을 질타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기상청에서 일하는 사람들 옷벗고 물러나라. 국민들 다 죽일셈이냐!”고 호통쳤다.
부산 해운대에 산다는 누리꾼 ‘김영창’ 씨는 “10시 50분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아파트가 흔들렸다. 지진이라고 느꼈지만 대응방법을 전혀 몰랐다. 잠깐이었지만 이대로 죽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KBS, MBC, SBS, YTN…이리저리 채널을 돌렸지만, 지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혹시나 하고 NHK로 채널을 돌렸더니 헬기에서 실시간으로 예상 파고, 쓰나미 도착 예상시간등을 방송하고 있었다”며 “독도 때문에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한데, NHK로 지진속보를 들어야만 하는 현실이 아팠다”고 꼬집었다.
KBS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 글을 남긴 ‘성윤희’ 씨도 “지진 발생한지가 언젠데 40분이 넘어서야 지진 발생이라는 자막만 띄우다니,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도대체 왜 집이 흔들리는 지 영문도 모르고 불안에 떨었던 심정이 어땠는지 아냐”고 반문했다.
반면 누리꾼들은 발 빠르게 자기 고장의 지진 소식을 속속 인터넷에 올려 관계 당국의 허술한 대처를 더욱 부각시켰다.
인터넷 전문 뉴스사이트인 도깨비뉴스의 경우 ‘호그니’란 누리꾼이 11시를 전후해 “부산에 10시 55분쯤 미진이 발생해 아파트 전체가 흔들 거렸다”라고 제보란에 1보를 올렸다. 이어 부산 동래에 산다고 밝힌 ‘?’는 “집이 흔들리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고 창문도 많이 흔들렸다. 5초~10초정도 진동이 계속돼 겁이 나 집밖으로 나와야 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산뿐만 아니라 창원 진주 대전 광주 인천 등 전국에서 지진이 감지됐음을 알리는 누리꾼들의 글이 잇달아 올라 왔다. 디시인사이드 등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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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