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이헌재 전 부총리의 자리를 물려받은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부총리는 이 전 부총리와 스타일이 많이 다르더군요.
우선 취임 일성부터 달랐습니다. 이 부총리는 취임식에서 “시장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니다”고 말해 은행 등을 긴장시켰습니다.
한 부총리의 15일 취임 일성은 “색깔 없는 부총리가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철저하게 기존 정책방향을 따르겠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렇지만 약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말입니다. 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에 관한 분명한 소신과 색깔을 가지고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입니다. 때로는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말하고 설득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친시장적이고, 경기활성화를 우선시하는 정책 방향은 유지해야겠지만 그래도 경제부총리는 분명한 색깔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한 부총리는 18일에는 “색깔 없다는 말이 좀 와전된 것 같다. 나를 변화를 지향하는 합리적 시장주의자로 봐 달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한 부총리는 취임 첫날부터 밤늦게까지 도시락을 먹어가며 각 실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아 ‘일벌레’라는 명성을 유감없이 과시(?)했습니다. 한 부총리가 부하직원들에게 일 많이 시키기로 소문이 나 있어서인지 재정경제부 관료들은 “앞으로 휴일 찾아 먹기는 틀린 것 같다”는 푸념을 하기도 합니다.
이 또한 이 전 부총리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이 전 부총리는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휴일에는 웬만해서는 찾지 않을 테니 즐기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일할 때 집중해서 일하고 쉴 때는 편히 쉬자는 취지였지요.
한 부총리는 18일 기자들이 “재경부 공무원들이 일이 많아질까 봐 긴장하고 있다”고 하자 “일요일에는 절대 안 나온다고 선언했다”고 하더군요.
그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경기회복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 경제에 대해 자신감을 표시했습니다. 환율하락과 고유가 등 대외변수의 불안이 경기회복 기조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모쪼록 한 부총리가 경제를 본격적인 회복궤도에 올려놓기를 바랍니다.
신치영 경제부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