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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월드]현장에서/중고차 품질보증 부담은 소비자 몫?

입력 | 2005-03-20 17:42:00


최근 중고차 업계에서는 두 가지 화제가 있었다. 하나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중고차 품질 보증제’이고 다른 하나는 중고차 가격이 모처럼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다. 전자는 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이고 후자는 판매업자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하락세였던 중고차 가격은 이달 들어 소형차가 2월에 비해 20만∼50만 원, 대형차는 100만 원 이상 값이 올랐다. 중고차 업체들은 최근 가격 상승의 이유로 “나들이가 많은 봄철이 되면서 수요는 늘었는데 최근까지 경기 위축으로 새 차를 사는 사람은 적어 중고차 매물이 많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이와 함께 중고차 업계는 최근 도입된 ‘중고차 품질 보증제’가 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꼽고 있다. A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중고차 품질 보증제가 시행되면서 중고차 업체들이 무상 수리비용을 찻값에 덧붙이거나, 차를 내놓기 전에 꼼꼼하게 점검하고 수리하느라 비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의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령’에 따라 지난달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중고차 매매업자가 차량을 판 뒤라도 30일, 또는 2000km를 달리는 동안 문제가 생기면 무상으로 수리해 주어야 한다.

중고차 품질 보증제 시행을 앞두고 건교부도 3만∼4만 원 정도의 가격 인상을 예측한 바 있다. 당시 건교부는 “속아서 차를 사기보다 돈을 더 주더라도 안심하고 거래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훨씬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의 상승폭은 건교부의 예상을 훨씬 웃돈다.

만약 최근의 중고차 가격 상승의 뒷면에 실제로 중고차 품질 보증제가 자리 잡고 있다면, 이 제도를 시행하고 관리, 감독하는 정부 당국이나 중고차 매매 업자들은 제도의 취지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 제도는 중고차 매매업자들에 대한 소비자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소비자가 ‘일률적’으로 이전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라면, 결국 ‘불신 해소’의 책임과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로 넘어가는 셈이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