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오전 청와대 집무실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6자회담과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노 대통령이 라이스 장관에게 최근 독도문제로 악화된 한일관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바람에 이날 면담은 당초 예정보다 20분가량 길어졌다. 석동률 기자
20일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시작된 노무현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부 장관 일행의 면담은 당초 예정된 50분보다 20분을 초과해 1시간 10분가량 걸렸다.
이는 노 대통령이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해 20분 가까이 상세하게 설명했기 때문.
노 대통령은 라이스 장관과 북한 핵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눈 뒤 독도와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의 원인, 성격, 역사적인 사실 관계 등을 조목조목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교과서 왜곡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뒤 “일본의 태도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는 것. 노 대통령은 다만 전날 라이스 장관이 지지한다고 밝힌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권진호(權鎭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이 강의를 좀 했다”고 전했다. 라이스 장관은 노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 “잘 들었다”고만 했을 뿐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라이스 장관은 이후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독도 문제는 말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한일 양국이 현명하게 해결하기 바란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이 라이스 장관에게 한일 간 현안을 설명한 것은 전날 라이스 장관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 것에 사실상 유감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18일 저녁 조세형(趙世衡) 전 주일대사 등과의 만찬에서 “다음 달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에서 일본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는지 주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