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 53분경 일본 후쿠오카 서북쪽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부산 경남 제주 지역의 건물이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졌으나 KBS가 관련 뉴스 속보(速報)를 1시간가량 늑장 보도해 ‘국가 기간방송’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했다.
KBS 1TV는 이날 오전 11시 7분 처음 자막 방송을 하고도 지진이 발생한 지 거의 1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47분에야 정규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 방송을 중단하고 뉴스 속보를 내보냈다. 이에 비해 MBC는 KBS보다 15분 빠른 오전 11시 32분에 뉴스특보를 방송했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20일 오후 지진 늑장 보도와 관련해 누리꾼(네티즌)들의 항의 글이 150여 건 올라왔다. 누리꾼 ‘신민정’ 씨는 “지진이 일어났는데도 계속 정규방송을 내보내 오히려 일본 NHK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고 비판했다. ‘정민석’ 씨도 “인명과 재산 피해가 드러난 뒤에야 (재난) 방송을 할 것이냐”고 따졌다.
KBS 관계자는 “오전 11시가 지나도 기상청의 공식발표가 없고 피해 상황 집계도 이루어지지 않아 즉각 방송을 하지 못했다”며 “지난해부터 자체 기상재해팀을 가동하고 있으나 이번 지진은 일본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오전 10시 53분경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 자막을 내보냈으며 오전 11시에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1시간여의 뉴스 속보를 방송했다. NHK는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 상황이나 대응 방안 등을 지체 없이 방영하고 있다.
유재천(劉載天·언론정보학) 한림대 한림과학원장은 “KBS의 늑장 보도는 재난방송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데서 일어난 일”이라며 “수신료를 받는 국가 기간방송인 KBS는 재난 발생에 대해 항상 경각심을 갖고 재빨리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