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차기 대통령 선거의 해인 2007년 시행을 목표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근로소득보전제(EITC)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을 많이 하는 저소득층에 소득 지원을 더 해 준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선결 과제인 재원조달 및 소득 파악 시스템의 구축 방안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1일 발족한 열린우리당 민생경제특별위원회 김종률(金鍾律) 위원장은 이날 “당정 간 협의가 마무리되면 올해 안으로 입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르면 2007년경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민생경제특위도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심포지엄을 갖고 이계안(李啓安) 제3정조위원장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도 도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근로소득 보전제의 효과는=미국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 시행해 온 이 제도는 근로소득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차상위 소득층’(극빈층 바로 위의 계층)이나 근로빈곤층에 정부가 그 부족분을 지원해 주는 것이 핵심 내용.
최저생계비 제도는 소득이 적은 가구일수록 지원액이 많지만, 이 제도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일을 해 돈을 벌수록 정부 지원금도 함께 늘어난다. 요컨대 극빈층에서 벗어나면 모든 지원이 중단되는 기초생활보장제의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박영선(朴映宣) 의원은 “비슷한 돈을 들여서 사회보장의 의미뿐 아니라 ‘근로의욕 고취’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재원 확보 문제점=열린우리당은 이 제도의 수혜층이 132만 명이고 필요한 재원으로 3조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원은 각종 조세감면 대상을 축소하거나 감면율을 조정함으로써 마련할 수 있다는 것.
결국 재원 확보는 ‘고소득층의 추가 납세’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소득자의 연말정산이나 소득공제 범위를 낮춰 국내총생산(GDP) 대비 13.5%인 조세감면율을 선진국 수준인 10%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최용선(崔鏞善) 조세연구원 원장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이 높아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고소득 계층은 근로 의욕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소득 파악 시스템 구축 필요=제도 도입에 앞서 지원 대상자와 그 가족 구성원의 정확한 소득이 공개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가구소득 파악률은 34% 수준에 그친다. 또 자영업자의 수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2배가량 많은 200만 명에 달하지만 정확한 소득신고체계조차 없는 상태다.
과다 청구 방지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소득보전제를 도입한 지 30여 년이 흐른 미국의 경우도 1999년 저소득층이 청구한 근로소득보전액 313억 달러 중 35.5%에 해당하는 111억 달러는 ‘과다 청구 금액’으로 드러난 바 있다.
김영근(金永根) 국세청 소득세 과장은 “건설일용직 근로자나 저임금 임시·일용 근로자 등 소득 파악이 확실한 계층을 1차 대상으로 해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