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발탁’될 기회가 많이 열려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남자의 3배 정도는 노력해야 합니다.”
21일 퇴임하는 국내 최초의 여성 관리관 김애량(金愛良·56·사진) 여성부 기획관리실장은 “재충전을 위해 퇴직하게 됐지만 관리관 ‘여성 후배’를 배출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동안에도 1급 여성 공무원들이 없진 않았지만 전부 별정직이었다.
1968년 이화여고를 졸업하던 해 6월 서울시 공채 9급 서기보로 공직을 시작한 김 실장이 처음 배치 받은 곳은 성북구 동소문동사무소. 아침저녁으로 태극기를 게양하고 내리는 일을 담당했던 그는 당시 여직원들에게 ‘차 심부름’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그는 서울시 부녀지도계장, 가정복지계장, 시민과장을 거쳤으며 첫 여성 감사과장, 첫 여성 부구청장(서울 서대문구)에 이어 2003년 공직에 들어온 지 35년 만에 중앙부처 첫 여성 관리관으로 승진했다.
그는 각 부처 관리관이 위원으로 있는 중앙징계위원회에 처음 참여하게 됐을 때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낮에 여성과 호텔을 전전한 남성 공무원의 징계 건이 있었는데 남성들의 ‘너그러움’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문제의 심각성을 조목조목 따졌고 결국 처벌 수위는 올라갔지요.”
공직 생활에서 그가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하는 것은 서울시 재직시절 오갈 데 없는 여성 1000명을 수용하고 있던 동작구 대방동 부녀보호소를 좀 더 쾌적한 환경의 경기 용인시 영보자애원으로 옮긴 것. 그는 부지 조성과 인원 수송 등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못다 한 학업을 계속해 서울시립대 회계학과와 도시행정학과 대학원을 마쳤다.
“행정은 종합예술이잖아요. 전문성 못지않게 경험이 중요합니다. 남성은 보직 경로가 다양해 여러 가지 노하우를 축적할 길이 많지만 여성은 그런 기회가 적은 만큼 짧은 기간에 더욱 많은 경험을 축적해야만 합니다.”
부구청장 재임시절 2주간의 병가를 제외하고 가장 긴 ‘휴가’에 들어간다는 김 실장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37년간의 공직 생활이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