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도서관은 말을 할 수 없어 답답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아요.”
대전 중구 석교초등학교 이아현(9·3학년) 양은 동네에 ‘알짬마을도서관’이 생긴 이후 거의 매일 도서관에 간다. 가깝기도 하지만 자유스러워 놀이방처럼 느껴지기 때문.
이 도서관은 주부들이 스스로 세운 대전지역 최초의 마을 도서관이다. 10여 년 동안 도서관 자원봉사를 해온 주민 강영희(39) 씨가 지난해 봄 어린이 마을 도서관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주부들이 힘을 합했다. ‘알짬’은 ‘여럿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의 우리말.
“공공 도서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생활공간 속에 있지는 않아요. 특히 어른들 위주라 어린이들은 일방적으로 정숙을 강요당해요.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걸어가 어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어린이도서관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전국의 마을 도서관 모범 사례를 수집해 제공했다. 중구청은 석교동의 자활기관 건물 가운데 2층을 무료로 임대해 주었고 대전의제21은 6개월 동안의 관리비와 난방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25평 공간에 방을 5개 만드는 내부 리모델링이 문제. 주민들은 견적이 600여만 원이나 나오자 손수 공사에 나섰다. 재료만 구입한 뒤 엄마 아빠들이 땀을 흘려가며 보일러도 놓고 도배도 하고 페인트도 칠해 비용을 280만 원으로 줄였다.
주민들이 기증한 어린이 도서 2500여 권이 책꽂이에 채워지면서 80가족 220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주부들과 아이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책읽기를 지도하거나 책 정리를 돕고 있다. 042-283-7778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