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에 제작된 일본여지도(왼쪽)와 1779년에 제작된 일본여지노정전도. 일본여지도에는 대마도를 포함한 일본의 전 영토가 그려져 있지만 독도는 눈에 띄지 않는다. 왼쪽에 경상도의 일부가 보이며 조선 영토는 해안선을 따라 노랗게 칠하는 등 색칠 방식이 다르다. 일본여지노정전도의 경우 지도 왼쪽 위에 ‘조선’이라고 쓰인 한반도의 일부가 희게 표시돼 있고, 오른쪽 위에 있는 독도와 울릉도 역시 흰색이다. 반면 아래쪽의 일본 영토와 대마도는 다양한 색깔로 색칠돼 있다. 사진 제공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일본이 13∼19세기 독도를 자국 영토에 포함시키지 않거나 영토 밖의 섬으로 표시해 왔음을 보여주는 고(古)지도집이 공개됐다.
연세대 김우준(金佑俊) 동서문제연구원 교수는 휴 코타지 전 주일 영국대사가 수집해 제작한 ‘일본 고지도집(Isles of Gold: Antique maps of Japan)’을 22일 공개했다.
13∼19세기 유럽인과 일본인이 제작한 지도 90여 장이 수록돼 있는 이 지도집은 1983년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東京)에서 동시 출간됐었다.
이 지도집에 실린 1291년 작 ‘대일본국도’와 1305년 작 ‘일본변계도’에는 쓰시마(對馬) 섬만 표시돼 있을 뿐 독도는 빠져 있다.
다른 지도에도 대부분 독도가 표시돼 있지 않으며, 간혹 독도가 표시돼 있는 경우에도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일본 본토와는 다른 색이 칠해져 있었다.
또 17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전도에는 지형과 지명이 매우 상세히 적혀 있지만 독도는 빠져 있다.
이러한 특징은 19세기에 제작된 지도까지 꾸준히 이어져 온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부터 4년간 일본 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코타지 씨는 1960년대 중반부터 일본 고지도를 수집했다.
김 교수는 “이 지도집은 한일 양국의 영토 문제에 대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제3국인이 수집 제작했다는 측면에서 신뢰성이 높다”며 “이를 통해 일본이 수백 년간 독도를 자기 땅이 아니라고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1990년대 초반 일본 메이지대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한 고지도들만 골라 지도집을 만들었지만 거기에 실린 지도들은 대부분 1905년을 전후해 일본이 의도를 갖고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1990년대 초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던 기간에 이 지도집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