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요 조태권 회장이 차를 음미하면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다도는 그에게 생활의 즐거움이자 겸손과 인내, 아이디어의 원천이기도 하다. 사진 제공 광주요
‘다선일체 다선일미(茶禪一體 茶禪一味).’ 차와 선은 하나이고 맛도 하나라고 했던가.
골동품으로만 인식되던 도자기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인 ‘광주요(窯)’ 조태권(57) 회장의 여가는 다도로 시작해 다도로 끝난다.
그가 차를 접한 것은 아주 어렸을 때이다. 늘 차를 우리고, 다도를 연마하는 어머니에게서 보고 배우고 익힌 것이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습관처럼 마시기 시작했지만 어느새 곰곰이 머릿속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면 차를 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실 차를 제대로 우려 마시기 위해서는 다관과 찻잔, 숙우(물 식힘 그릇), 퇴수기(물 버리는 그릇), 차칙(찻숟가락), 차탁, 다포, 다건 등 갖추어야 할 도구들이 많다. 그리고 절차도 꽤 복잡하다.
우선 물을 뜨겁게 끓여 물 식힘 사발에 따른 후 다관에 옮긴다. 적당하게 물이 식으면 찻잔에 따라 찻잔을 씻은 뒤 다관에 다시 새 물을 넣는다. 차를 넣어 우러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조용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 은은하게 퍼져 들어오는 햇살과 다관 위로 곱게 올라오는 수증기. 코끝으로 은은한 차의 향기가 감지되면 그는 잘 우러난 차를 찻잔으로 옮긴다. 그는 한 모금, 두 모금 차가 입 안을 향기롭게 하고 몸을 데우는 동안 하루 일을 계획하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하지만 조 회장은 사실 이런 기구나 절차에 연연하지 하지 않는다. 물론 어머니에게 배운 대로 모든 순서를 밟아 차를 우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는 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차를 즐기는 편이다.
‘도(道)’라는 말이 들어 있는 다도인 만큼 어렵고, 그만큼 큰 배움이 있는 것이 있을까. 그는 다도에서 느끼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첫 번째는 차를 만드는 손길들의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차를 따고, 덖고, 비벼서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노고에 대한 고마움은 곧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인내와 기다림이다. 차가 우러날 때까지 기다리며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은 급해질 수밖에 없는 생활 패턴에 ‘쉼표’를 제대로 찍어준다.
세 번째,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상대를 먼저 대접하고 배려하는 다도의 마음이다. 조 회장은 그의 직원들 역시 다도를 통해 이런 마음을 배우고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처럼 다도는 그에게 있어서 여러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어머니와의 아련한 추억이자 스스로의 생활을 정리정돈하게 하는 지침이자 가족이나 직장내 대화를 이끌어내는 윤활유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직업적인 관련도 있지만 몇 년 전부터 차를 좀 더 즐기기 위해 손수 그릇을 만들고 있다. 좀 더 맛있는 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차를 마시는 그릇 역시 좋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만드는 연간 50여 개의 그릇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은 그의 집과 사무실에 등장한다.
자신이 만든 잔에 직접 우려 대접하는 차를 상대방이 맛있게 마실 때 느끼는 기쁨은 남다르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아이디어를 얻는다. 상대방과 차, 찻잔이 어우러진 모습 속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은 그대로 하나의 디자인이 되고, 그릇으로 만들어진다.
그는 찻잎 하나, 그 옆에 놓여 있는 돌조각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오늘도 그는 차를 우리며 차의 색과 맛, 그리고 그릇의 모양과 색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혹 조화롭지 않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한다. 오늘도 그는 차를 우리며 또 다른 아이디어를 하나 얻었다. 밝은 색으로 옅게 우러난 은은한 연두색 차에 어울리는 그릇이다.
이 그릇을 만들기 위해 그는 이번 주말 흙과 유약을 찾고 조합하기 위해 또 사방을 돌아다니며 찾고, 빚고, 구울 것이다. 아마도 조만간 그의 손에서 차를 담고 있는 완성품을 볼 수 있으리라.
홍종희 (주)웰버앤컴퍼니 대표 lizhong@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