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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영어보기]‘Hitting below the belt’는 반칙!

입력 | 2005-03-24 15:57:00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해피엔딩으로 바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집시 에스메랄다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호위대장 피버스가 성당 안에서 치고받으며 싸우고 있다. 에스메랄다는 잡혀가지 않으려고 목숨을 걸고 촛대를 휘두르며 싸우는 반면,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피버스는 건성건성 그녀의 공격을 막으며 시쳇말로 ‘작업에 들어가는’ 장면이다.

피버스가 한 말 “You fight almost as well as a man!(당신은 거의 남자만큼 잘 싸운다)”은 에스메랄다에게는 칭찬의 말이다. 하지만 에스메랄다가 “Funny. I was going to say the same thing about you(재밌군. 똑 같은 말을 댁에게 해주려고 했는데)” 하고 똑같은 말로 되받아치는 건 피버스에게는 ‘당신 싸움실력이 남자치곤 형편없다’ 혹은 ‘난 당신을 사나이(real man)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피버스의 입장에선 당황할 수밖에…. 어느 문화에서건 남자에게 남자답지 않다고 하는 것은 칭찬이 아니다.

그러자 피버스가 말한다. “That’s hitting a little below the belt, don’t you think?” ‘벨트 아래를 치다.’ 이게 무슨 뜻일까?

권투를 생각하면 의미가 쉽게 다가온다. 권투선수들은 거의 갈비뼈 아래까지 트렁크를 끄집어 올려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대에게 맞는 몸의 면적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규정상 상대의 벨트 아래를 치는 것은 반칙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급소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런 뜻이 일상에서도 그대로 쓰여 ‘Hitting below the belt’는 ‘반칙이다’ ‘치사하다’ ‘야비하다’라는 표현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에스메랄다의 반응이 재치 있다. “No. This is(아니, 반칙은 바로 이거야)”라고 말하면서 ‘정말로’ 피버스의 하체를 공격하니 말이다. 그래도 마냥 좋기만 한 피버스는 웃으며 “Touch´e”라고 한다. ‘Touch´e’는 원래 프랑스어인데 영어에서 빌려다 쓰는 외래어. 펜싱에서 쓰는 단어로 ‘이겼다’ 혹은 ‘졌다’의 상반되는 두 상황에서 모두 쓰일 수 있다. 발음은 ‘뚜셰’.

사람들이 서로에게 반칙을 하지 않는다면, 더 나아가 민족끼리 국가끼리 서로 ‘아랫도리’를 가격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훨씬 더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우리만이라도 “Let’s not hit below the belt”.

▼대사보기▼

Phoebus: You fight almost as well as a man!

Esmeralda: Funny. I was going to say the same thing about you.

Phoebus: That’s hitting a little below the belt, don’t you think?

Esmeralda: No. This is. (말하면서 하체를 공격한다)

Phoebus: Touch´e! (발음: 뚜셰)

피버스: 아가씨는 거의 남자만큼이나 잘 싸우네.

에스메랄다: 재밌군. 똑같은 말을 댁에게 해주려고 했는데.

피버스: 그건 좀 반칙 같은데, 안 그래?

에스메랄다: 아니, 반칙이란 바로 이거지. (말하면서 하체를 공격한다)

피버스: 졌다!

김태영 tae83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