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정소나씨와 두 아이의 음악놀이시간. 1. 아이들이 병 냄비 플라스틱통같은 물건들을 두드리는 ‘난타’놀이에 빠져있다. 2 .엄마와 피아노 건반을 치면서 음의 높낮이와 크기를 비교한다. 3. 편하게 누워 음악을 들으며 마무리를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한국메사연구소가 최근 창의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했더니 취학 전 아이에게 음악교육을 시키는 경우 창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표현력(3.00 만점)은 음악교육을 ‘하는 경우’(1.83)가 ‘안 하는 경우’(1.60)보다, 음악학원에 ‘다니는 경우’(1.95)가 ‘다니지 않는 경우’(1.63)보다 높았다. 분석력에 있어서도 음악학원에 ‘다니지 않는 경우’(1.94)보다 ‘다니는 경우’(2.37)가 높았다. 26일 전남대에서 열리는 한국유아교육학회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하는 계명대 신인숙 유아교육학과 교수도 “음색 및 분위기 느끼기와 음악 만들기 같은 음악프로젝트 활동은 유아의 창의성 발달에 좋다”고 소개했다.》
신 교수가 대구지역 만 4∼5세 유치원생 40명을 대상으로 16주 동안 음악프로젝트 활동을 실시한 결과 언어와 표현능력을 뜻하는 유창성(流暢性)을 비롯해 융통성, 독창성, 상상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아이들은 표현 욕구를 가지고 있으므로 음악 만들기를 어른이 작곡할 때만큼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음악학원이나 음악교육을 시키는 유치원에 보내야 할까.
동네에서 다른 엄마들과 품앗이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주부 정소나(30·서울 노원구 중계동) 씨는 “악기레슨을 받기 전에는 엄마가 집에서도 충분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악과 작곡을 전공한 정 씨는 곧잘 아들 시온(5), 딸 지온(3)과 음악놀이를 한다. 먼저 시작하는 음악을 정해 노래 부르며 ‘음악시간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가사는 동시 외우듯 전달해주고 율동을 함께 하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을 들려줄 때는 음악에 맞는 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어줘 편안하게 느끼게 한다.
“피아노로도 놀 수 있지요. 건반을 치며 낮은 소리는 아빠소리, 중간 소리는 엄마소리, 높은 소리는 아이들 소리라고 말해준 뒤 페달만 밟아 무슨 소리가 나는지 함께 들어봅니다.”
정 씨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고 정서적으로 안정됐다”며 음악놀이의 효과를 자랑한다.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자신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인 편.
정 씨는 이 같은 음악교육 노하우를 유아교육사이트 맘스쿨(www.momschool.co.kr)의 ‘홈스쿨 음악’에 올리고 있다. 이 사이트는 음악교육에 대한 궁금증을 털어놓는 ‘궁금해요 음악교육’ 코너도 운영한다.
엄마들은 무엇을 가장 궁금해 할까. 언제부터 음악교육 혹은 악기 레슨을 시켜야 하느냐는 질문이 가장 많다.
유아음악전문가인 박명숙(강남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음악교육은 아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그러나 음악이 ‘귀 기울여 듣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놀이의 일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박 교수는 “피아노의 경우 어느 정도 손가락에 힘이 생기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지만 그 전에 음악을 듣고 몸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꼽은 음악 영역의 창의적 천재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는 어린 시절 집 주위 농부들의 음악을 따라했으며 스스로 멜로디와 변주곡 만드는 일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가족과 교사들은 시간 낭비라고 나무랐음에도 스트라빈스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놀이에 집중하곤 했다는 것.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창의적 음악천재 스트라빈스키는
어릴 때 집주위 농부들의 노래를 따라하고 변주곡 만드는 일을 반복하곤 했다. 가족과 선생님들은 시간낭비라고 했지만 그는
이 '음악놀이'를 즐겼다.
▼이런 놀이를…▼
▽아이 이름으로 노래 만들기
동요 ‘나비야’에 아이의 이름을 넣어 부른다.
▽주전자 뚜껑 두드리기
주전자 뚜껑을 두 개로 ‘징글벨’ 같은 노래를 연주한다.
▽노래 부르며 손동작 놀이
‘주먹 쥐고 손을 펴서’ 혹은 ‘기러기’를 부르며 손가락을 움직인다.
▽퐁당퐁당 돌 던지기
물이 담긴 물통에 돌을 던지며 ‘퐁당퐁당’ 노래를 부른다.
▽엄마랑 아빠랑 어디까지 갈래
엄마 아빠가 양쪽에서 아이 손을 한 쪽씩 잡고 ‘어디까지 갈래’란 노래를 부르며 ‘서울까지 가지’ 부분에서 아이를 공중으로 번쩍 들어올린다.
▽전래놀이 ‘여우야 여우야’
아이와 둘이서 해도 좋지만 또래 아이들과 하면 더욱 재밌다.
▽젓가락 트라이앵글
끈으로 쇠젓가락을 매달아 놓고 다른 젓가락으로 치면서 ‘학교종’을 부른다.
▽이불로 두꺼비집 만들기
잠자리에서 아이를 앉힌 뒤 이불로 뒤집어씌우고 ‘두껍아 두껍아’를 부른 뒤 이불에서 빠져 나오게 한다.
▽동물소리 들은 대로 표현하기
‘엄마돼지 아기돼지’ 일부분에 아이가 생각해낸 소리를 흉내 내게 한다.
▽음악 ‘아기 코끼리 걸음마’
음악을 듣고 난 뒤 코끼리를 본 경험을 떠올리며 움직임을 표현하도록 한다.
-박명숙씨의 ‘음악아, 놀자’
▼이런 음악을…▼
▽김민기의 ‘백구’
‘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집에 살던 백구…’하는 노래를 들으면 아이들은 대부분 서글퍼한다. 노래에 맞춰 마임을 해본다. 솜뭉치를 백구라 생각하고 음악을 들으며 움직여본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아리아라는 이름의 당시 의미는 아름다운 선율을 지닌 느린 춤곡. 아이와 저녁산책 전후 권할만하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비오는 날 차분히 창밖을 보며 듣는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목욕통에 졸졸졸 흐르게 물을 틀어놓은 뒤 듣는다.
―놀자아(www.noljaa.co.kr)의 놀이수첩‘음악이 열리는 나무’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꽃의 왈츠’
간단히 작곡가를 설명해준다. 작곡자의 생김새에 관해서만 알려줘도 쉽게 받아 들인다. 아이랑 춤을 추기도하고 호두까기 인형 흉내도 낸다.
▽크니코스의 ‘우편마차’와 슈베르트의 ‘사랑의 기쁨’
음악을 들려주고 스타카토(딱딱 끊어지는 느낌의 음악)와 레가토(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의 음악)를 알려준다. 분위기에 맞춰 율동을 곁들인다.
―맘스쿨(www.momschool.co.kr)의‘홈스쿨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