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들의 리더십/조성식 지음/302쪽·1만4500원·늘 푸른 소나무
요즘 충무공 이순신, 해상왕 장보고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다. 인간은 전쟁에서 삶과 죽음을 드라마틱하게 경험한다. 따라서 그 정점에 서 있는 장군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위대한 장군들은 극한 상황 속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볼 수 없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장군들의 리더십’을 내세운 책에 ‘전쟁’이 빠져 있어 약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김덕수 전 해군소장, 배양일 전 공군중장, 신원배 전 해군소장, 채명신 전 육군중장 등 7명의 예비역 장성들은 ‘전장’이 아닌 ‘일상’에서 장군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저자는 장군들이 겪은 ‘사건’을 중심으로 리더십을 조명했다.
김 전 해군소장은 리더십의 덕목으로 ‘포용력’을 선택했다. 고흥함 함장 시절 김 제독은 말썽이 잦은 문제의 하사를 징계하기보다 함께 낚시를 하고 좋은 책을 선물하는 등 선도를 통해 성실한 병사로 바꿔 놨다.
배 전 공군중장의 리더십은 ‘침착함’이다. 1983년 10월 미얀마 아웅산 사건 당시 청와대 파견 근무 중이었던 그는 사고현장 탈출, 귀국 항로 선택, 기상악화 속에서 거행한 착륙 작전 등 위급했던 상황을 평정심으로 극복했다.
신 전 해군소장은 소령 시절 강풍으로 공수 낙하훈련을 두려워하는 대원들 앞에서 “내가 먼저 뛰어내린다”며 첫 번째로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 그에게 리더십은 ‘솔선수범’이었다.
함북령 고개에서 타고 가던 지프의 브레이크가 파열되는 위기의 순간에 끝까지 운전병을 격려해 병사와 함께 살아남았던 최승우 전 육군소장은 리더십을 ‘믿음’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는 리더십에 대한 거창한 이론적 설명은 없다. 이들의 체험은 특별하지만 한편으론 소박하다. 그러나 수십 년의 세월에 녹아 있는 장군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리더십은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덕목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입시전쟁 취업전쟁 승진경쟁 등 일상의 전쟁에서 힘겨운 전투를 벌여가는 우리들에게 장군들은 ‘삶에 대한 진솔함’이란 무기로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