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너 오늘 학교 안 갔니?”
올해 시작된 월1회 주5일 수업제에 따라 3월 넷째 주 토요일인 26일 전국 1만701개 모든 초중고교가 쉰다.
토요 학교휴업과 직장의 주5일 근무가 맞물려 가정마다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주말 라이프스타일과 가족문화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 하는가 하면 맞벌이부부는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고민하는 등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자녀와 함께 주말을=직장인 박모(45·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씨는 26일 회사 동료들과 산행을 약속했다가 금요일인 25일 부랴부랴 취소했다.
중학교 1, 3학년인 두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날에야 알았기 때문. 박 씨는 “아이들과 간식도 만들어 먹고 찜질방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첫 토요휴업일에 자녀와 박물관이나 미술관, 놀이공원, 역사 유적지 등을 찾을 계획인 학부모들도 많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는 26일 입장권 예매가 지난주 토요일에 비해 30% 정도 늘었다. 서울 송파구 삼성어린이박물관 역시 목요일 오전에 26일 입장권 온라인 예매가 마감됐다.
예술의 전당 강이석(姜利錫) 미술전시회 현장운영팀장은 “지난주부터 토요일 단체관람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5일 수업 선도학교로 지정됐던 서울 정목초등학교가 학부모 20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녀의 휴식시간이 늘어 마음이 편했다’(41.3%), ‘가족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었다’(29.7%)는 등 긍정적 반응이 훨씬 많았다.
▼맞벌이 부부들은 심적부담 커▼
▽학부모 부담도 껑충=그러나 준비 없이 닥친 토요휴업에 대해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도 많다.
우선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의 고민이 커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등학생 73만여 명 가운데 13%가량인 10만여 명이 토요일에 돌봐줄 사람이 없는 ‘나 홀로 학생’이다.
맞벌이 주부인 이경미(44·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26일 초등학교 2, 6학년인 자매를 학교 프로그램에 참가시킬 계획. 이 씨는 “앞으로 공부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토요일에 체험학습을 해야 한다는데 다른 부모처럼 토요일에 체험학습을 시킬 수 없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토요일에 자녀와 갖가지 체험활동이나 여가를 즐기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주부 오모(41·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아이들과 여행이라도 한번 가려면 교통비, 각종 입장료, 식비가 만만치 않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토요휴업에 따른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토요일엔 국립미술관과 박물관 입장이 초등생에게 무료이며, 일본열차(JR)도 저렴한 가격에 탈 수 있는 ‘주말 어린이패스’가 제공된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토요휴업에 따른 학생들의 생활 변화를 파악하고 앞으로 확대 시행할 것에 대비해 시도교육청별로 2개 초중고교씩 96개교를 선정해 11월까지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국 초중고교의 2.7%인 290개교에서 월 2회 토요휴업을 시행하고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11월까지 내년 주5일 수업 운영 방안을 확정짓기로 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