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우울 강박 불면 등에 따른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명상이나 참선 수행이 이런 정신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학술회의에서 소개된다.
한국정신치료학회(회장 이정국)는 26일 오후 2시 서울대 치과병원 8층 대강당에서 ‘선(禪) 수행과 정신치료’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갖는다. 수행자 학자 의사들이 함께 모여 선 수행과 정신치료가 실제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사례 중심으로 집중 탐색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박병탁 씨가 주제발표를 하고 전현수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대구 용연사 주지 지운 스님(전 송광사 강주), 서울 육조사 선원장 현웅 스님이 선 수행 경험을 발표한다. 토론자로는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 문홍세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조옥경 서울불교대학원 교수, 홍성화 영남대 명예교수 등이 참여한다.
참석자들은 선 수행의 어떤 과정과 내용이 정신 치료에 도움이 되며, 구체적으로 어떤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지를 고찰하면서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임상치료 결과, 치료 프로그램 등을 발표한다.
대학생불교연합회 경북지부장 출신이기도 한 박병탁 전문의는 미리 제출한 발표문에서 1990년부터 치료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특히 선 수행은 똑같은 일을 반복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강박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 전현수 원장은 “정신질환자들은 과거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불교의 인과적 관점에서 조명할 수 있도록 지도하면 심리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하버드대 연구팀은 티베트 고승들을 대상으로 명상의 정신과학적 효과를 직접 시험하는 등 서구의 정신치료학계에서는 이미 50여 년 전부터 명상과 참선 등을 통한 정신 치료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고 소개했다.
선 수행을 경험한 신경정신과 전문의와 스님들은 선 수행과 정신 치료가 상당 부분 닮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지운 스님은 “수행과 정신 치료 과정은 어느 정도까지는 같다”며 “하지만 수행이 자신이 자신을 치료하는 것인 반면 정신과 치료는 타인을 치료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참가비는 1만 원이며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02-764-8432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