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기자
“베이징(北京)대에서 여학생 비율은 48%, 여교수 비율은 30%나 됩니다. 대학 측에서도 부총장의 필요성을 느꼈겠지요.”
25일 명지대가 주최한 ‘한국과 중국의 여성 및 가족정책 비교연구’ 학술회의에 참석차 내한한 베이징대 웨쑤란(岳素蘭·56) 부총장은 “중국 고등교육기관에서 여성들의 활약은 눈부시다”고 전했다.
화학을 전공한 웨 부총장은 대학에 남아 처음에는 고등수학을 가르치다 전공인 화학과 부교수가 됐다. 지금은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중국 농촌에는 봉건사상이 많이 남았습니다. 한국의 주민등록등본과 같은 호적부에 남녀차별은 없지만 남자아이를 선호하는 것은 한국과 같습니다.”
중국 농촌에서도 조금씩 변화는 감지된다. 어머니의 교육수준에 따라 가정 내 의사결정권이 높아진다.
그는 인구대국인 중국 전체에서 ‘1가정 1자녀’ 정책은 여전하지만 도시민과 소수민족을 중심으로 출생률이 줄어 예전의 산아제한정책이 완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인부양문제와 이혼율 증가도 한국과 마찬가지. 중국 노인 60%가 자녀에게 의존한다. 한 해 10%씩 높아지고 있는 이혼율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는 “베이징대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가족법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았다”며 “여성이 본능적으로 가정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의 한류열풍에 대해 웨 부총장은 “중국에서 유교문화는 문화혁명으로 완전히 사라졌지만 한국에는 남아있어 중국인들이 향수를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한국과 중국이 경험을 나누면 여성 및 가족문제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