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쇼핑몰 옷가게 창업은 감각있는 주부가 한번쯤 도전하고픈 분야. 오래 지속하려면 도매시장에서 처음부터 많은 양을 구매하지 않는 등 노하우가 중요하다. 권주훈 기자
‘일, 아이…둘 다 잘 할 수는 없을까.’
한 아파트 TV광고에서 나오는 이 문구는 모든 주부의 꿈이다. 광고 속 커리어우먼 주부처럼 자가용에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까지 들고 다니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적은 수입이라도 돈을 벌며 아이도 키우고 싶은 게 주부 누구나의 마음이다.
남편의 실직, 수입 감소 등 어느 가정에나 닥칠 수 있는 경제적 불안은 주부를 취업현장으로 몰아넣는 상황. 돈 벌 곳이 필요한 주부에게 시간제약이 없고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인터넷쇼핑몰 창업은 한번쯤 도전하고픈 대상이다.
주부 조모(43·경기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씨는 지난해 여름 이런 꿈에 도전했다. 평소 의류소매업을 하는 사촌여동생을 통해 장사얘기를 들어왔던 조씨는 50만 원을 들고 서울 동대문 남대문시장을 돌며 핸드백 여성복 아동복 등을 사다가 한 인터넷쇼핑몰에 올렸다.
“첫 주문을 받았을 때 무척 신기했다”는 조씨는 이렇게 물건이 팔리는구나 하고 무척 좋아했지만 나날이 재고는 쌓여갔다. 또 어쩌다 팔리는 것은 물건이 동나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하나씩 구입하러 일산에서 서울 대형시장까지 나가다보니 교통비가 더 들었다.
집을 자주 비우는 엄마 때문에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의 볼멘소리가 늘어갔고 남편도 싫은 기색을 보여 조 씨는 결국 3개월 만에 장사를 접고 말았다.
‘누구 엄마는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카더라’통신이나 언론을 통해 접하는 인터넷쇼핑몰 창업 성공담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동경심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사회경험이 적은 주부는 인터넷쇼핑몰 창업에서 쓴잔을 마실 확률이 높다는 것이 경험자의 얘기.
‘애 키우며 쇼핑몰 사장되기’란 책을 펴내기도 한 인터넷 창업 강사 황윤정(32·골드버그몰 대표) 씨는 “인터넷 쇼핑몰 창업 도전자 중 3개월을 넘기는 사람은 전체의 50% 정도이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버티기 힘들어진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쇼핑몰 창업에 성공한 주부 박명숙(30·서울 송파구 가락동) 씨. 박 씨는 2002년 옥션에서 아동복을 팔기 시작해 지금은 남편과 함께 집 근처에 오프라인 아동복가게까지 냈다. 장사 경험이 전혀 없었던 박 씨는 2세, 5세 두 아들이 입던 옷이나 자신이 쓰던 물건을 인터넷 중고시장에 내놓으면서 인터넷 상거래를 배웠다.
박씨는 “처음 새 물건을 구입해 판매할 때도 내 아이 옷을 살 때 한꺼번에 같은 걸 여러 개 사서 구입원가를 낮췄고, 내 아이에게 입히면서 알게 된 장단점을 구입정보로 알려줘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종일 놀이방에 보내는 고충도 따른다는 박씨는 “이 일을 하려면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고 구매경험부터 쌓아 인터넷상거래 감각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1년부터 옥션에서 여성복을 판매하고 있는 주부 유모(37·서울 강동구 암사동) 씨는 ‘큰 성공’보다는 초등학교 3학년, 유치원생인 두 딸을 둔 가정생활이 영향 받지 않는 월 순수입 80만 원의 ‘아담한 성공’을 5년째 유지하고 있는 경우.
결혼 전 광고대행사에 다니다 1996년 큰 딸 출산 무렵 회사를 그만 둔 그는 두 아이의 작아진 생일 파티복을 인터넷 중고시장에 내다 팔다가 인터넷 판매에 눈을 떴다.
유씨는 “살림과 육아를 함께 해야 하는 주부이기 때문에 사업 규모를 미리 설정해 놓아야 과욕 부리지 않고 일과 가사를 함께 해나갈 수 있다”고 ‘장수’ 비결을 밝혔다.
황윤정 씨는 “지금 시작하는 주부라면 틈새시장을 뚫는 것이 유리하다”며 “쇼핑몰 운영에 있어서도 푸근하고 정이 넘치는 주부다움을 유지하고 가사나 일에 차질 없도록 스케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경아 사외기자·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