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최근 들어 디지털 TV 시장이 커지면서 두 회사는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와 액정표시장치(LCD) TV 판매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LCD TV를, LG전자는 PDP TV를 더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유는 같은 그룹 내 다른 회사와의 관계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내부에 LCD 사업부가 있지만 PDP TV 생산에 필요한 PDP 패널은 삼성SDI에서 납품받습니다. 삼성SDI는 PDP패널 분야 세계 1위입니다.
그러다보니 PDP TV보다는 LCD TV를 많이 팔아야 이익이 많이 남습니다. PDP TV는 많이 팔아봐야 삼성SDI가 이득을 보는 것이죠.
반면 LG전자는 PDP 패널에서 삼성SDI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LCD패널은 LG필립스LCD에서 납품받습니다. LG전자는 당연히 LCD TV보다는 PDP TV를 많이 파는 것이 유리합니다.
디지털 TV는 패널 값이 전체 부품의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TV가 많이 팔리면 패널 납품회사가 돈이 많이 벌게 되죠.
현재 PDP TV와 LCD TV 진영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TV 분야에서는 PDP가 LCD를 확실히 눌렀지만 올해부터 LCD TV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PDP TV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편 PDP와 LC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부각되고 있는데 삼성그룹은 사업주도권을 놓고 계열사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의 경영방침은 ‘항상 10년 뒤 먹고 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OLED 사업은 삼성SDI가 먼저 시작했지만 삼성전자는 10년 뒤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OLED 사업을 삼성SDI에 무조건 양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LG그룹은 LG전자와 LG필립스LCD가 연구개발(R&D)을 함께 하며 상호협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LG, 누가 옳은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두영 경제부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