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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집창촌’서 대낮 화재… 女종업원 5명 사망

입력 | 2005-03-27 18:24:00

27일 화재로 잠자던 여종업원 5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 집창촌. 불이 난 건물 4층에서 소방관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27일 낮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 집창촌 내 업소에서 불이 나 여종업원 5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이 업소는 전날 경찰의 단속에 걸렸는데도 조사 직후 영업을 계속했다.

▽화재 상황=이날 화재는 낮 12시 36분쯤 집창촌 내 4층짜리 건물 3층에서 발생해 2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숨진 여종업원 2명은 건물 3층 계단 근처와 화장실 앞에서, 다른 4명은 4층 방과 베란다 등에서 각각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중 유독가스에 중독된 2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명은 치료를 받다 숨졌다.

화재 현장을 빠져나온 여종업원 정모(30) 씨는 경찰에서 “오전 10시쯤 다른 2명과 함께 PC방에 갔다가 돌아오니 3층 방에서 진아(가명) 씨가 술에 취한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주위의 수건 등이 타고 있어 즉시 불을 껐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사고를 당한 6명 모두 술에 취한 데다 피곤해서 미처 피하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화재 원인=경찰은 여종업원 1명이 술에 취해 담배를 피우다 꽁초를 바닥에 그냥 버리는 장면을 봤다는 정 씨 등의 진술로 미뤄 담뱃불이 인화물질에 옮아 붙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동료 여종업원들은 담배를 피우던 진아 씨가 최근 우울증을 앓아 왔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지하 1층과 지상 4층에 방 17개를 갖추고 대규모로 성매매 영업을 해 왔다. 업소 업주 고모(47·여) 씨 등은 전날 경찰 단속에 걸려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업주가 여종업원들을 감금한 채 성매매를 알선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했으나 감금 장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장하진(張夏眞) 여성부 장관은 27일 밤 숨진 여종업원들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병원에 들러 “집창촌이 인권 유린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집창촌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