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스타인터뷰]영화 `엄마` 단독주연 열연한 고두심

입력 | 2005-03-27 19:10:00

영화 ‘엄마’에서 단독 주연을 맡은 고두심은 25일 열린 이 영화 기자시사회장에 연분홍 빛 코트를 입고 새빨간 장갑을 낀 채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박영대기자


《‘한국의 대표적 어머니’ 고두심(54). 지난해 ‘인어공주’로 TV 뿐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억척 어머니의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긴 그녀가 이번엔 단독 주연을 맡아 자식을 위해 200리 길을 걷는 ‘촌 어머니’가 됐다. 영화 ‘엄마’(감독 구성주)에서 차만 타면 속이 울렁대는 어지럼증 때문에 28년 간 동네 밖을 나가보지 못한 68세 어머니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 어머니는 막내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해 전남 해남에서 목포까지 3박 4일을 걷는다.》

○ “저도 엄마가 됐을때 공포감 느꼈어요”

“영화를 찍는 동안 어릴 적 내 어머니가 잠자는 우리 형제들 머리맡에서 하시던 말씀이 자꾸 떠올랐어요. ‘이 새끼들을 내가 어떻게든 밥 먹여 키워야 하는데’ 하고 읊조리시던 기억이요. 아이 둘을 둔 저도 문득 어머니라는 것에 무섭고 공포감을 느끼는데 7남매를 둔 제 부모님은 오죽했겠어요.”

감동 드라마 ‘엄마’의 개봉(4월8일)을 앞둔 25일 밤 만난 고두심은 4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그녀에겐 ‘걷는다’는 것이 영화에서나 인생에서나 운명이다. 제주도에서 7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난 그녀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를 만나기 위해 주말이면 한 시간 반을 걸어갔다.

“등잔에 필요한 석유와 불쏘시개로 쓸 나뭇가지들, 치약 같은 생필품을 한 짐 짊어지고 걸어갔죠. 올 때는 어머니가 싸 준 쌀과 고구마, 보리, 조, 잘게 잘라 간식으로 먹을 사탕수수를 짊어지고 왔어요.”

고두심이 소녀시절 고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인지 그녀의 손바닥은 지금도 악수를 할 때면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단단하다.

“가만히 누워서 피부 관리 받는 건 성격에 안 맞아요. 지금도 매일 새벽 1시간 45분 동안 북한산을 다녀와요. 약수도 두 병 떠오고요.”

고두심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억척 어머니만 맡느냐”는 것이다. 그녀는 “내가 근본이 촌사람이라 그렇겠죠” 하고 웃으면서 마음 속 얘기를 털어놓았다.

“아주 오래 전 한 단막극에서 유인촌 씨와 내가 고등학생과 여선생으로 만나 사랑을 한 적이 있어요.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전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요. 제가 감독들에게 늘 얘기해요. ‘사랑하는 사람 얼굴은 따로 있나? 나도 사랑할 줄 알아’ 하고요. (웃음)”

○ “난 늘 소망한다, 강렬한 역할을”

그녀는 “내겐 부풀린 헤어스타일과 집시풍의 화려하고 퇴폐적인 옷도 참 잘 어울린다. 내 몸이 그 리듬을 안다. 어머니 역할만 하느라 귀도 못 뚫어봤지만 나 혼자서는 늘 강렬한 상상을 한다”고도 했다. “권상우 같은 배우와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나누는 멜로는 어떤가”라고 물었다. 고두심의 답이 의외였다.

“권상우는 ‘몸짱’이죠. 하지만 우수에 젖고 슬퍼 보여요. 난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화창한 날씨가 참 좋아요. 조인성은 어떨까요? 방랑기도 있고 개구쟁이처럼 말썽도 부릴 것 같지만, 화들짝 웃는 맛이 있잖아요.”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