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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본프레레 “전술은 완벽… 정신력서 졌다”

입력 | 2005-03-27 23:14:00

“전술엔 아무 문제 없어요”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왼쪽 사진)이 27일 인천공항 귀국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는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장 유상철(오른쪽 사진 왼쪽) 등 대표팀 선수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국장에 서있다. 사진 제공 스포츠투데이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 때문에 졌다. 전술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의 원인을 선수들에게만 돌려 축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27일 입국 인터뷰에서 “쿠웨이트와의 최종예선 1차전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모습과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전에 나선 선수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달랐다. 적극적인 플레이가 부족했고 사우디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대한 정신적인 대응이 미흡했다. 사우디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정신적인 무장이 한국 선수들을 앞섰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 개인에게는 문제가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전술적 준비에는 문제가 없었다. 선수들 모두 사우디가 강하게 나올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했다”며 거듭 선수들의 정신력을 문제 삼았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부터 종료될 때까지 열심히 뛰어야만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드리블과 패스 등에서 모두 조금씩 느렸다는 것.

물론 대표팀의 최고참인 유상철(울산 현대)은 “그라운드에서 직접 느낀 점은 사우디가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이기고자 하는 정신력에서 사우디가 우수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동국(광주 상무)도 “상대방의 강한 압박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에 대한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 누구보다 앞장서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감독이 패배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리고 오히려 선수들이 나서서 책임을 인정하는 ‘이상한 상황’에 팬들은 씁쓰레 하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팬들의 뜨거운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해산한 대표팀은 28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다시 소집돼 30일 펼쳐질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3차전에 대비한 합숙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사우디 포백수비 공략전술 없었다…전문가들 작전실패 지적

한국축구는 왜 사우디아라비아에 무너졌을까.

26일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스타디움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한국은 사우디에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충격의 0-2 패배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전술 부재를 그 첫째 패배 요인으로 꼽았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머리싸움에서 완패했다. 상대가 스리백이 아닌 포백으로 나오면 그에 걸맞은 전술 변화가 있어야 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측면 공격이 완전히 막혔고 이동국은 장신 수비수에 막혀 속수무책이었다”고 평가. 본프레레 감독은 당초 발이 느린 사우디 스리백의 뒷공간을 파고들면 승산이 있다며 훈련도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막상 사우디가 포백으로 나오자 한국 공격진은 허둥지둥 공격 루트를 찾지 못했고 되레 사우디가 한국 스리백의 뒷공간을 파고들며 잇따라 득점에 성공한 것.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유상철 이천수 김동진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을 굳이 선발로 내세운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이천수와 김남일을 진작에 교체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며 감독의 ‘용병술 미숙’을 질타했다.

전문가들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3차전에 대해 “6시간 시차의 사우디와 한국을 오가며 4일 만에 다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걱정된다. 무엇보다 본프레레 감독이 선수들을 잘 추슬러 팀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 만약 비기거나 지기라도 하면 ‘독일행 티켓’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