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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진단]슈퍼박테리아 국내감염 심각

입력 | 2005-03-28 18:04:00


지난해 11월 26일 충북 충주시 교현초등학교에서 학교급식을 먹은 학생 250여 명이 집단으로 세균성 이질에 걸렸다. 병원 측은 3세대 항생제 ‘세팔로스포린’을 투여했지만 어쩐 일인지 약효가 없었다. 결국 ‘시프로플록사신’이라는 다른 항생제를 투여해 겨우 치료할 수 있었다.

이에 앞서 1997년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직장암으로 입원한 50대 남성 환자가 3세대 항생제 ‘반코마이신’이 듣지 않아 사망했다. 이 환자의 사망 원인은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갖는 황색포도상구균(VISA) 때문임이 2년 뒤 밝혀졌다. 국내 첫 출현이었으며 세계적으로도 6번째 보고였다.

항생제로 이길 수 없는 내성균,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의 국내 감염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의학계가 경고하고 나섰다.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미나(金美那) 교수는 29일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리는 ‘국내 항생제 내성균의 실태 및 국가적 감시 관리 방안’에서 발표할 자료를 통해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과 폐렴구균의 위험성을 제기했다.

반코마이신은 페니실린(1세대)→메티실린(2세대)에 이은 대표적인 3세대 항생제다. 피부감염이나 각종 패혈증의 원인이 되는 황색포도상구균, 요로 감염이나 창상 감염의 원인인 장구균(腸球菌), 폐렴을 유발하는 폐렴구균(肺炎球菌)에 대한 최후의 방어선이다. 반코마이신이 듣지 않을 경우 현재로선 이런 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

반코마이신이 듣지 않는 장구균은 1992년 처음 발견됐다. 하지만 1996년 1%였던 내성 장구균의 감염률은 계속 늘어나 2000년에 20%를 넘어섰다.


김 교수는 “반코마이신이 듣지 않는 폐렴구균의 발생은 아직 미미하지만 다른 치료약이 빨리 개발되지 않으면 대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항생제 내성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의 국내 감염률은 66%로 미국의 2배에 이른다. 폐렴구균의 2세대 항생제 내성률도 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2000년 의약분업 실시 후 항생제 사용이 소폭 줄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3년 현재 흔히 ‘감기’로 불리는 급성상기도 감염 환자에 대한 동네 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66%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실시한 항생제 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사의 67%가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증상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66%는 “그럼에도 항생제가 과다 처방되고 있다”고 답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