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아왔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그라운드의 터미네이터’ 차두리가 활기찬 모습으로 훈련하고 있다. 30일 열리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차두리가 큰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파주=안철민 기자
28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로 국내 팬들에게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 줬기 때문일까.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다시 모인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과 태극전사들은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나타나자 어두웠던 분위기가 밝아졌다. 그리고 그가 ‘로보캅’처럼 씩씩하게 그라운드를 누비자 금세 활기가 되살아났다.
‘차붐 주니어’ 차두리(25·프랑크푸르트). 오랜만에 국가대표팀에 복귀한 그는 한국축구 부활의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전은 차두리가 다시 날아오를 무대. 26일 사우디아라비아에 0-2로 완패해 위기에 처한 한국 축구를 구하는 게 그의 임무다.
차두리는 지난해 9월 베트남과의 독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원정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해 4경기 출전정지를 당했다. 징계가 풀려 다시 국가대표팀 경기에 나서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23일 귀국해 개인훈련을 하다 이날 파주 NFC에 나타난 차두리의 얼굴엔 비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독일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고 싶다. 그러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꼭 이겨야 한다. 감독님이 기회를 주면 최선을 다하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차두리는 사우디전에서 경기감각 부족으로 별 활약을 하지 못한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대신 오른쪽 날개로 출전할 것이 예상된다. 특히 사우디전에서 상대의 강한 미드필드 지역 압박과 거친 수비에 막혀 측면 공격수들이 크로스(골문 근처의 공격수를 향해 볼을 휘게 차서 패스하는 것)를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등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했기에 차두리에게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차두리는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크로스 능력이 향상되면서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3골 6도움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도 이 점을 인식했는지 이날 자체 연습경기에서 이천수와 정경호(광주) 대신 차두리에게 주전 엔트리의 상징인 ‘조끼’를 입혀 오른쪽 날개로 투입해 컨디션을 점검했다.
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우즈베크는 어떤 팀▼
30일 한국-우즈베키스탄전에 대한 축구토토 참가자 투표율 중간 집계 결과 전체 투표 건수의 73%가 한국의 승리를 점쳤다. 이 예상대로 한국이 압승을 거둘 수 있을까.
역대 전적에서 한국이 2승 1패로 앞서 있긴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은 만만한 팀이 아니다. 선수 대부분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리그에서 활약하는 프로선수들로 체격이 좋고 힘을 바탕으로 하는 유럽식 축구를 구사한다. 우즈베키스탄의 기본 포메이션은 ‘3-5-2’.
최전방 공격수인 알렉산데르 게인리흐는 183cm의 장신 스트라이커. 게인리흐는 러시아의 CSKA 모스크바, 힘키 등에서 활약한 신예 공격수. 또 후반 교체 멤버로 투입돼 지난달 9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안바르욘 솔리예프도 요주의 인물.
패싱과 중거리 슈팅이 뛰어난 미르잘랄 카시모프가 플레이메이커를 맡고 있다. ‘스리백’ 수비진은 다소 느슨하다는 평. 주전 수비수인 바흐티요르 아슈르마토프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
우즈베키스탄은 29일 오전 9시 5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오후 8시 5분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할 예정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